오컬트 소설의 저주
글자가 움직였다. 아니, 내 눈이 피곤한가 싶었는데 정말로 책장의 문자들이 꿈틀거렸다. 내가 읽던 오래된 오컬트 소설의 페이지 위에서 잉크가 살아난 것처럼 재배열되고 있었다.
"누군가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때마다, 작가는 하루를 더 산다." 갑자기 나타난 이 문장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서재 깊숙한 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낡은 책은 출판사도, 저자 이름도 없었다. 오직 검은 가죽 표지에 금박으로 새겨진 '마지막 독자에게'라는 제목만이 전부였다.
바깥은 폭풍우가 몰아치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내 불안한 심장 박동과 같은 리듬을 만들어냈다. 촛불이 흔들려 그림자가 벽에 춤을 추는 듯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내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1932년 처음 출간된 이후, 소설을 완독한 모든 사람들은 48시간 내에 사망했다. 당신이 이 문장을 읽고 있다면, 아직 시간이 있다."
목이 바짝 말랐다. 창밖을 내다보니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어둠만 가득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책을 덮을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 내 의지를 조종하듯, 다음 페이지로 손이 움직였다.
"나는 오컬트 소설가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우연히 발견한 저주받은 지식을 소설로 위장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호기심이 나를 이 감옥에서 풀어주고 있다."
순간 책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고, 방 안에 성냥을 그어대는 황과 같은 냄새가 퍼졌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책장이 저절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당신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은 두려움이 아니라 나의 심장박동이다. 백 년간 글자 속에 갇혀 있던 내 영혼이 마침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책이 갑자기 뜨거워지며 내 손바닥을 태웠다. 소리 지르며 책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진공 상태가 되었고, 책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마치 자신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마지막 독자에게'. 내 안에 들어온 그것은 새로운 오컬트 소설을 통해 또 다른 독자를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