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유튜버: 가상과 현실 사이
"제 이름은 김하늘이고, 오늘 이 소설의 결말을 바꾸러 왔습니다." 그녀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유튜브 채널 '하늘의 북리뷰'는 구독자 100만을 돌파한 지 오래였지만, 오늘의 라이브 방송은 특별했다. 화면 속 그녀의 뒤편으로 '샘터 출판사'라는 간판이 보였고, 테이블 위에는 한 권의 소설이 놓여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최준서의 신작 소설 '마지막 페이지'는 출간 전부터 화제였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거라 모두가 예상했다. 하늘은 이 소설의 열렬한 비평가였다. "오늘 저는 작가님을 직접 만나 왜 항상 주인공들을 불행하게 만드는지 물어볼 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소설의 결말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채팅창에는 '미친 짓 하지 마세요', '작가의 창작물에 간섭하는 건 예술을 모독하는 행위' 같은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하늘의 눈빛은 확고했다. 카메라를 들고 출판사 회의실로 들어서자, 창백한 얼굴의 중년 남성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최준서 작가님과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하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작가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왜 항상 슬픈 결말만 쓰시나요?"
작가는 한참을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제 소설을 읽을 때마다 울었죠?" 하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아셨죠?"
"당신이 세 번째 소설 리뷰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을 때, 네 번째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번째 리뷰에서 분노했을 때, 여섯 번째 소설의 주인공을 당신과 닮게 만들었고요." 작가의 말에 생중계 채팅창이 순간 정적에 빠졌다.
"제가...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요?" 하늘의 손이 떨렸다.
작가는 미소를 지으며 새 소설을 펼쳤다. 마지막 장에는 한 유튜버가 작가를 만나 결말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적혀 있었다. 하늘은 눈을 깜빡였다. 모든 대화, 모든 상황이 이미 소설 속에 쓰여 있었다.
"소설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다만 마지막 문장은..." 작가가 펜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하늘은 그 문장을 읽고 카메라를 끄며 중얼거렸다. "여러분, 제가 지금 읽은 것은..."
라이브 방송은 그대로 끊겼다. 시청자들은 며칠 동안 하늘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일주일 후, 그녀의 채널에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화면에는 빈 의자만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마지막 페이지'라는 소설책이 놓여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살짝 넘겨져 있었고,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때로는 독자가 작가가 되고, 작가는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