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두 번째 인생: 자기계발의 거짓말
소설가 김민준은 자기계발서를 쓰기로 결심한 날부터 소설가로서의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출판사에서 보낸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인생을 바꾸는 21일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였다. 원고료는 그가 지금까지 받았던 어떤 소설의 선인세보다 세 배는 많았다.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리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들렸다. 민준은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문장들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하루는 아침에 시작됩니다. 5시에 일어나세요." 그는 마지막으로 5시에 일어난 날을 기억하지 못했다. 작가로서 그는 보통 새벽 3시나 4시까지 글을 쓰고 정오쯤 일어났다.
만년필이 손에서 무거워졌다. 10년 전, 그의 첫 소설이 문학상을 받았을 때 스승이 선물해준 것이었다. "진실만을 써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제 그 만년필로 거짓말을 쓰려 하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나열하고, 자신도 한 번도 실천해보지 않은 명상법을 추천하고, 절대 지킬 수 없는 약속들을 독자들에게 팔아넘기려 하고 있었다.
"소설가가 왜 자기계발서를 써?" 편집장은 민준의 고민을 듣고 웃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지. 네 소설 팔리는 거 봤잖아. 한 달에 열 권도 안 나가더라." 그의 마지막 소설은 2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된 작품이었다. 리뷰는 좋았지만, 판매량은 처참했다. 반면 자기계발서는 쏟아지듯 출간되며 베스트셀러 목록을 장악하고 있었다.
민준은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그는 소설가가 되는 것만을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꿈을 이루고 난 후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가난, 외로움, 그리고 점점 더 멀어지는 독자들.
노트북 화면을 보다가 갑자기 그는 모든 내용을 지웠다. 그리고 새로운 문장을 썼다. "나는 소설가로서 실패했다." 그 한 줄이 오히려 그가 지금까지 쓴 어떤 문장보다 진실에 가까웠다. 그는 계속해서 타이핑했다. 자기계발서를 위장한 소설이 흘러나왔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꿈과 현실에 대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달 후, 민준이 제출한 원고는 출판사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게 뭐야? 우리가 계약한 자기계발서가 아니잖아!" 편집장이 소리쳤다. 하지만 마케팅 담당자는 달랐다. "이거... 새롭네요. '가짜 자기계발서'라는 콘셉트로 출간하면 어떨까요? 소설과 자기계발서의 경계를 무너뜨린..."
6개월 후, 민준의 책 "자기계발의 거짓말"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소설가였던 그는 역설적으로 자기계발서를 통해 소설가로서의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웃으며 말했다. "진짜 자기계발은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책상 위에는 새로운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소설이었다. 스승의 만년필이 그의 손 안에서 다시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