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자매: 우리가 쓰지 않은 이야기
소설이 완성되는 순간, 지우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 안에는 타자기 소리만이 멈추고, 겨울 새벽의 차가운 정적이 깃들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않기로 했다. 자매에 관한 소설은 이것으로 마지막이었다.
"언니, 이번에도 나를 죽이네." 지우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껏 발표한 다섯 편의 소설 속에서 항상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던 여동생 수아였다. 창백한 얼굴로 창가에 서서, 손가락으로 서리가 낀 유리창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그게 더 팔리잖아." 지우는 의자를 돌려 수아를 바라보았다. 실제로는 일곱 해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이었다. "독자들은 비극을 원해. 특히 자매간의 배신과 화해 같은 거."
창밖으로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수아가 좋아하던 계절이었다. 지우는 동생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착각에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수아는 그녀의 원고 위에 앉아 있었다.
"네 소설 속에서 내가 살아남는 게 그렇게 어려워?" 수아의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방 안의 온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지우의 숨결이 하얀 안개가 되어 공중에 맴돌았다.
"살아남으면 내가 죽어." 지우는 솔직하게 답했다. "네가 죽은 후로 나는 네 죽음을 계속 다시 써왔어. 다른 방식으로, 더 의미 있게, 어쩌면 내가 막을 수 있었던 것처럼."
수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이제 그만두겠다고? 왜?"
"이젠 지쳤어. 내 소설 속에서 네가 계속 죽는 것도, 그걸 지켜보는 것도." 지우는 원고를 집어 들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이제 우리 둘 다 자유로워질 거야."
수아의 모습이 창가에서 사라지더니 갑자기 지우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지우의 귓가를 스쳤다. "하지만 이 소설도 내가 죽잖아. 마지막 순간에."
지우는 미소지었다. "끝까지 안 읽었구나." 그녀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이번엔 달라. 죽는 건 나야."
수아의 눈이 커졌다. 처음으로 그녀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언니..."
"이제 정말 끝이야. 내가 쓰는 소설도, 우리의 이야기도." 지우는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고, 눈송이들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이번 소설의 끝은 내가 쓰지 않을 거야. 그건 네가 써."
지우가 창밖으로 몸을 기울이는 순간, 수아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실재하는 것처럼 따뜻하고 강한 손길이었다. 지우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수아는 더 이상 창백한 유령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함께 써보자, 언니. 이번엔 우리 둘 다 살아남는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