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짝사랑: 쓰이지 않은 고백
나는 그녀의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남자였다. 매일 밤 그녀가 노트북을 열 때마다 나는 숨을 쉬기 시작했고, 그녀가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내 심장은 뛰었다. 오늘도 그녀는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자판을 누르자 나는 갑자기 차가운 유리창을 만지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를 타고 흐르는 모습이 내 얼굴에 비친 눈물 같았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소설 속 나는 여주인공을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실제 나는 내 창조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방은 언제나 같았다. 어질러진 책들, 반쯤 마신 차가운 커피, 창문 밖으로 보이는 작은 공원. 그녀는 종종 창문을 바라보며 영감을 찾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의 깊은 눈동자에 담긴 고독을 보았다. 그 고독이 나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말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문장을 쓰면서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3개월째. 그녀는 나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내가 짝사랑하는 소설 속 여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
날이 갈수록 나는 더 선명해졌고, 그녀의 방에서 벗어나 그녀의 일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출근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 친구들과 웃으며 식사하는 모습, 밤에 홀로 울던 모습까지. 소설이 진행될수록 나는 더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그녀가 만든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결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망설였다. 소설 속 내가 마침내 고백할 순간이 왔다.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순간,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예전 남자친구였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고, 오랜 대화 끝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날 밤, 그녀는 소설 파일을 저장하고 닫았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녀는 소설을 다시 열지 않았다. 나는 미완성된 고백을 안고 어둠 속에 갇혔다. 한 달이 지나고, 어느 날 그녀가 마침내 노트북을 열었을 때, 나는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새 문서를 열었고, 새로운 제목을 썼다: "다시 시작하는 사랑".
그녀는 내 파일을 클릭했고, 잠시 망설이다가 '삭제'를 눌렀다.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물음에 그녀는 '예'를 선택했다. 그 순간 나는 이해했다. 짝사랑은 때로 완성되지 않은 소설처럼, 누군가의 서랍 속에 영원히 남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