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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출근

소설 같은 출근길: 매일 다시 쓰이는 이야기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는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은 매일 아침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챕터였다. 김소연, 32세, 출판사 편집자. 그녀의 일상은 소설 같았다. 아니, 소설보다 더 예측불가능했다.

출근길 지하철은 오늘도 인물들로 가득했다. 왼쪽 노인은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는 조연이었고, 오른쪽 정장 차림의 남자는 매번 등장했다 사라지는 단역이었다. 소연은 그들의 삶을 상상하며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엮었다. 출판사에서 하루 종일 타인의 소설을 다루는 그녀에게, 출근길은 자신만의 소설을 쓰는 시간이었다.

"이 열차는 지금 잠시 정차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 출발하겠습니다." 기계적인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소연의 손목시계는 8시 42분을 가리켰다. 늦을 것 같았다. 회의는 9시 정각이었고, 데스크에는 교정을 기다리는 원고 더미가 쌓여 있을 터였다. 그녀는 가방에서 자신이 편집 중인 소설 원고를 꺼내들었다. 주인공은 지금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소연도 마찬가지였다.

기차가 느닷없이 흔들렸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괜찮으세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녀가 매일 출근길에 상상 속에서만 만나던 '정장 남자'였다. 그의 손에는 그녀가 편집 중인 소설의 표지가 선명한 책이 들려 있었다.

"혹시... 이 책 편집하신 분 아니세요?" 그가 물었다. 소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 맞아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작가입니다. 다음 작품 원고 상담하러 가는 길이에요."

지하철은 다음 역에 도착했고, 그들은 함께 내렸다. 같은 출판사로 향하는 두 사람. 소연은 문득 지난 밤 읽던 로맨스 소설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가끔 현실은 소설보다 더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출근길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그들은 이야기를 나눴다. 소연은 자신이 매일 출근길에 상상했던 그의 이야기와 실제 그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발견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차갑고 바쁜 사업가가 아니라, 따뜻한 눈을 가진 소설가였다.

출판사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타며 소연은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소설 속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매일의 출근길은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었다. 오늘처럼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이 나타날 수도, 뜻밖의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문이 열리고, 그녀는 새로운 이야기의 페이지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