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소설: 인생의 다음 챕터
"인생은 당신이 쓰는 소설이지만, 취업은 편집자가 필요한 챕터다." 취업 컨설턴트의 이 말이 귓가를 맴돌 때마다 나는 쓰다 만 이력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물아홉, 열 번째 면접 불합격 통보를 받은 아침이었다.
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쓰라린 감각이 온몸을 휩쓸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그들의 발걸음엔 내게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목적지. 소속감. 이유.
책상 위에는 내가 대학 시절부터 쓰기 시작한 미완성 소설 원고가 놓여 있었다. '취준생의 일기'라는 다소 진부한 제목의 이 소설은 내 현실을 풍자한 블랙코미디였다. 내가 받은 모든 거절 메일을 등장인물에게 고스란히 부여하며 나는 현실의 고통을 문장으로 승화시켰다.
"소설 속 주인공은 결국 성공한다." 나는 매일 이 문장을 되뇌며 또 다른 이력서를 작성했다. 손가락 끝이 키보드에 닿을 때마다 내는 딱딱한 소리가 내 심장박동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두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쓰고 있었다. 하나는 이력서라는 형식의 내 인생 소설, 다른 하나는 내 불안을 투영한 허구의 이야기.
열한 번째 면접날, 나는 소설 원고를 가방에 넣었다. 부적처럼. 면접관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지금까지 가장 열정을 바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나는 망설였다. 그리고 소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패의 경험을 글로 승화시키는 과정, 거절을 통해 배운 인내, 캐릭터를 발전시키며 스스로를 발견한 방법에 대해. 내 목소리가 떨리지 않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면접관의 눈빛이 변했다. "당신의 소설을 읽어볼 수 있을까요?" 그날 저녁, 나는 출판사 편집자가 된 면접관에게 원고를 이메일로 보냈다.
이틀 후, 두 개의 메일이 도착했다. 하나는 또 다른 취업 불합격 통지. 다른 하나는 내 소설에 대한 출판 제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업을 위해 쓴 나의 이력서는 거절당했지만, 거절당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받아들여진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마지막 장을 썼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기가 삶 그 자체였음을 깨달았다." 책상 위에는 새로운 이력서와 출판 계약서가 나란히 놓여있다. 어떤 이야기를 먼저 완성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두 이야기 모두 내가 쓰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