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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판타지

소설 속 판타지: 현실의 경계를 넘어

내가 쓴 소설 속 주인공이 내 방문을 두드린 건 겨울의 마지막 밤이었다. 창밖으로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나는 그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내가 열흘 전 완성한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차가운 은빛 눈동자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마법사 아론이었다.

"당신이 나를 만든 사람이군요." 그의 목소리는 종이에 적힌 글자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더 낮고 깊었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방 안에는 마법의 흔적처럼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았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시나몬과 오래된 책 냄새가 뒤섞인 향기가 퍼졌다. 내가 만든 캐릭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생생했다. 손가락 마디마다 새겨진 룬 문양, 왼쪽 눈썹 위의 희미한 흉터까지 완벽했다.

"불가능해요. 당신은 그저... 내 상상 속 인물일 뿐이에요." 내 목소리는 떨렸다.

"모든 이야기는 어딘가에 실존합니다." 아론은 창가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무언가를 그렸다. 그러자 창문이 빛나기 시작했고, 그 너머로 내가 소설에서 묘사했던 크리스탈 숲이 보였다. "작가들은 창조자가 아니라 채널입니다. 당신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의 이야기를 받아적을 뿐이죠."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럼 내가 쓴 모든 장면이, 모든 대화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결말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세계는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있어요.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 갇혀 있죠."

책상 위에는 내가 마지막 장을 쓰다 만 원고가 놓여 있었다. 소설 속 세계에서 어둠의 군주와 아론의 최후의 대결 직전에 나는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펜을 내려놓았었다.

"내가 어떤 결말을 쓰느냐에 따라 당신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거군요." 내 목소리는 갑자기 무거워졌다.

아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완성되기를 기다립니다. 불완전한 이야기는 영원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 고통받을 뿐이죠."

그날 밤, 나는 펜을 들고 마지막 장을 써내려갔다. 글자가 종이 위에 닿는 순간마다 방 안의 공기가 진동했고, 아론의 모습은 점점 투명해졌다. 마지막 문장을 마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쓰는 모든 소설, 모든 판타지 세계는 어딘가에 실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밤마다, 책상에 앉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나는 귀를 기울인다. 또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에, 그들의 이야기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목소리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