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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화장품

소설 속 화장품: 피부보다 더 깊은 곳

신간 소설 '마지막 향기'를 읽는 동안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마스카라를 번지게 했다. 주인공의 죽음 장면에서 지현은 책을 덮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 번진 마스카라가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의 슬픔처럼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현은 화장품 회사의 카피라이터였다. 그녀의 책상 서랍에는 수십 개의 미완성 소설 원고가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난 문장들은 모두 립스틱의 농밀한 컬러, 파운데이션의 완벽한 커버력, 세럼의 놀라운 효과를 찬양하는 광고 문구로만 사용되었다.

"피부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딥 클렌징 폼..." 지현은 키보드를 두드리다 멈췄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오늘따라 화장품 카피가 써지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에는 소설의 한 구절이 맴돌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얼굴을 잊어버렸다."

지현은 화장대 앞에 앉아 면봉으로 천천히 화장을 지웠다. 파운데이션 층이 벗겨지고, 컨실러가 사라지고, 아이섀도우가 지워질 때마다 거울 속에서 낯선 얼굴이 드러났다. 그것은 그녀의 실제 얼굴이었지만, 마치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친구처럼 어색했다.

청소년기 심했던 여드름 자국, 한쪽 눈썹 위의 작은 흉터, 코 옆의 점. 지현은 오랫동안 화장품으로 감춰온 자신의 '결점'들을 하나씩 마주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녀가 쓰고 싶었던 소설은 바로 이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음 날, 지현은 새 문서를 열고 타이핑을 시작했다.

"윤지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45분을 보낸다. 파운데이션, 컨실러, 아이라이너로 이루어진 의식을 통해 그녀는 '윤지'가 된다. 그러나 오늘 아침, 그녀의 화장품 파우치가 사라졌다..."

한 달 후, 지현의 단편소설 '화장을 지운 얼굴들'이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화장품 광고주들은 그녀의 소설이 미용 산업에 반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지만, 독자들은 열광했다.

시상식 날, 지현은 처음으로 맨얼굴로 무대에 올랐다. 스포트라이트 아래, 그녀의 '결점'들이 빛났다. 마치 소설 속 문장들처럼 생생하게.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지현은 청중 사이에서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을 닮은 얼굴들을 발견했다. 그들도 조금씩 자신의 가면을 벗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지현은 화장품 가게 앞에서 멈췄다. 진열대에 반짝이는 수십 개의 립스틱을 바라보며 그녀는 미소 지었다. 이제 그녀는 화장품이 단순한 도구라는 것을 알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였다. 마치 소설가의 손에 들린 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