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된 회사: 누구의 이야기가 진짜일까
회사 메신저에 익명으로 누군가 소설을 올리기 시작한 날, 우리 부서는 조용한 혼란에 빠졌다. 첫 회가 올라온 순간, 모든 직원의 모니터가 일제히 해당 채널로 옮겨갔다. 소설 속 주인공은 누가 봐도 우리 부장이었고, 배경은 분명 우리 회사였다. 단지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오늘도 김 부장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듯 회의실에 늦게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어제와 같은 아메리카노가, 얼굴에는 어제와 같은 거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모두가 숨죽여 읽었다. 누군가의 키보드 소리마저 멈춘 사무실에서 우리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자들을 좇았다. 소설 속 김 부장은 회의에서 부하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인 양 가로채고, 실수는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렸다.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에 모두가 작가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둘째 날, 소설 속 김 부장은 여직원에게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했다. 셋째 날에는 신입사원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었다.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사무실은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실제 김 부장은 평소보다 조심스러워졌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작가의 정체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일주일째 되는 날, 소설의 김 부장은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물론 실제 우리 부장은 멀쩡히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그날 오후, 부장은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며 조퇴했다.
다음 날, 소설은 충격적인 반전으로 이어졌다. 김 부장의 횡령은 모함이었고, 진짜 범인은 소설을 쓰고 있던 바로 그 익명의 작가였다. 소설 속 작가는 자신의 죄를 타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미리 여론을 조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실제로 회사에서 횡령 사건이 발각되었다. 범인은 바로 우리 팀의 베테랑 대리였다. 그는 체포되기 전, 회사 메신저에 마지막 소설의 한 편을 올렸다.
"소설이란 누군가의 진실이자 또 다른 누군가의 거짓이다. 당신이 읽은 이야기가 진짜인지, 당신이 살고 있는 현실이 진짜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 문장을 읽은 후, 나는 내 모니터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설과 현실 사이, 나는 누구의 이야기를 믿고 있었던 걸까?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소설을 쓰며 회사라는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