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소설MBTI

소설 속 MBTI: 당신이 쓰는 이야기의 성격유형

마감 3시간 전, 내 소설의 주인공은 아직도 이름이 없었다. 에디터의 빨간 코멘트가 화면에서 나를 조롱했다. "캐릭터가 평면적입니다.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보세요."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떻게 하면 이 가상의 인물이 숨을 쉬게 할 수 있을까?

"MBTI 테스트를 해봐." 룸메이트 민지가 커피잔을 들고 내 책상 앞에 나타났다. "뭐라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네 주인공의 MBTI를 정해봐. 내가 항상 그러잖아. 사람들은 자기 성격유형에 집착하더라고. 허구의 인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절박한 상황에서는 어떤 방법이든 시도해볼 만했다. 나는 주인공의 이름을 '서준'으로 정하고, 그가 INTJ라고 상상했다.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분석적인 사고를 하고 계획적인 인물. 아, 그러고 보니 나와 같은 유형이었다.

그날 밤, 나는 서준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장면을 썼다. 그의 논리적 사고방식이 감정의 소용돌이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 내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처음으로 소설이 술술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나는 다른 등장인물들에게도 MBTI를 부여했다. 서준의 연인 유나는 ENFP, 그의 라이벌 태현은 ESTJ. 캐릭터들이 각자의 성격유형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갈등이 생기고, 해소되고,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일주일 후, 나는 완성된 원고를 에디터에게 보냈다. 답장은 놀랍도록 빨리 왔다. "인물들의 깊이가 달라졌네요. 무엇이 바뀐 건가요?"

그날 저녁, 민지와 술을 마시며 나는 내 비밀을 고백했다. "MBTI로 캐릭터를 만들었어. 웃기지?" 민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웃긴 게 아니라, 네가 모르는 게 있어. MBTI는 그저 프레임일 뿐이야. 네가 만든 건 네 안의 16가지 다른 목소리들이야."

그 말이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 모든 소설가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다양한 인격들을 페이지 위에 풀어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INFP의 감성, ENTJ의 결단력, ISFJ의 충성심... 우리는 모두 그 16가지 성격유형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걸까?

소설이 출간된 날, 한 독자가 메시지를 보냈다. "주인공 서준이 제 MBTI와 같아요. 어떻게 제 마음을 이렇게 정확히 알았나요?" 나는 미소 지었다. 어쩌면 소설이란, 작가의 다중인격과 독자의 내면이 만나는 교차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