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소설: 창작자의 심연
마감 시간까지 불과 여섯 시간 남았을 때, 하민의 컴퓨터 화면은 여전히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커서만 깜빡이는 문서 앞에서 그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습관적으로 오른쪽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그는 마감이 다가올수록 기어이 찾아오는 이 익숙한 스트레스의 맛을 음미했다. 쓴 커피 같고, 녹슨 철 같고, 때로는 익사 직전의 공포 같은 그 맛.
"소설가가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보다 더 비참한 일이 있을까?" 하민은 중얼거렸다.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가 다시 뗐다. 창문 밖에서는 도시의 불빛이 가을비에 번져 어지러이 춤추고 있었다. 방 안에는 쌓인 소설책들, 초조함을 잠재우려 피운 담배 연기, 그리고 세 번이나 데워 이제는 싸늘해진 커피잔만이 그와 함께했다.
데뷔작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두 번째 소설은 더 빛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질식시켰다. 출판사의 전화, 에이전트의 메시지, 독자들의 기대.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글을 쓰는 것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슬이 되어 있었다.
하민은 눈을 감았다. 그때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소설가가 소설 속에서 소설을 쓰지 못해 괴로워하는 장면. 메타픽션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스트레스가 소설의 소재가 되는 아이러니.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그는 마감 시간까지 여섯 시간이 남았을 때 여전히 하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섯 시간 후, 하민은 마지막 문장을 타이핑했다. 그가 쓴 소설은 소설가의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설 속 작가는 결국 자신의 불안과 압박감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극복한다. 주인공이 자신이며, 자신이 주인공인 이중의 거울 속에서 그는 마침내 해방감을 느꼈다.
이메일에 파일을 첨부하고 '전송'을 누르는 순간, 하민의 어깨에서는 커다란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창문을 열었다. 비가 그쳤고,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산뜻한 해방감과 함께 새로운 불안이 그의 가슴을 채웠다. 이것이 좋은 소설일까? 사람들이 이해할까? 비평가들은 어떤 평을 할까?
그는 이제 알았다. 스트레스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형태를 바꿀 뿐이다. 소설가에게 스트레스는 영감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민은 씁쓸하게 웃었다.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음 소설의 첫 문장이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