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 괴담: 위험한 주문
"호감 있는 사람 앞에서 열 번 눈을 깜빡이면 그 사람도 나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라는 괴담이 대학가에 퍼지기 시작한 건 2월의 어느 추운 날이었다. 도서관 구석에서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냥 웃고 넘겼어야 했다.
민준이가 내 시선을 자꾸 피했던 게 그날부터였다. 우리는 한 학기 동안 '썸'이라는 애매한 관계를 이어왔다. 손끝이 스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메시지 하나에 하루가 밝아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괴담의 주문을 시도한 다음 날부터, 그는 변했다.
"미안해, 오늘은 약속이 있어." 너무 뻔한 거짓말이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던 민준의 눈빛이 공허했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내 가슴을 후벼팠다. 내 앞에 앉은 그는 다른 사람 같았다.
그날 밤,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 요즘 자꾸 이상한 꿈을 꿔. 네가 나를 쳐다보는데, 네 눈동자가 없어.'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다음 날, 교내 커뮤니티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올라왔다.
'괴담의 대가는 실제로 존재한다. 호감 주문을 시전하면 상대는 당신에게 빠지지만,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끔찍하다.'
그 글을 읽은 후 민준에게 달려갔다. 빗속에서 기다리던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뭐가 보여?" 내가 물었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네가... 네가 자꾸 다른 모습으로 변해. 웃을 때마다 네 얼굴이 일그러지고... 네 목소리가 여러 개로 들려." 민준의 손이 떨렸다. "나 미쳐가는 것 같아."
교수님을 찾아갔다. 고전문학을 연구하시는 김 교수님은 오래된 책을 펼치며 말씀하셨다. "썸타기 괴담의 본질은 욕망이라네. 상대방의 마음을 억지로 얻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환상을 보게 만든다오. 그 주문을 시전하면, 상대방은 당신의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욕망을 보게 되지."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며 해결책을 찾았다. 풀어야 할 것은 진실한 고백뿐이었다. 다음 날, 비가 그친 캠퍼스 벤치에서 민준을 기다렸다. 그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민준은 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룸메이트가 찾아왔다. "민준이가 정신과에 입원했어. 너를 볼 때마다 악몽을 꾼대." 내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지금도 가끔, 병원 창가에 앉아 있는 민준을 바라본다. 그는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때로는 그의 시선이 내게 머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용기를 내어 눈을 맞추지만, 열 번을 채 깜빡이기도 전에 그의 눈에 공포가 서린다. 어쩌면 지금 내가 겪는 이 고통이 진짜 괴담의 저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