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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데이트

썸타기 데이트: 달콤한 오해

"고백은 타이밍이 전부야." 내가 고등학교 동창 미진과 송년회 막걸리를 기울이며 한 말이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루한 회사 생활 속에서 유일한 설렘이라곤 옆 부서 유나와의 '썸타기'뿐이라고 고백하자 미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데이트 신청해봐. 평생 썸만 탈 거야?" 미진의 단호한 조언이 내 귓가를 맴돌았다. 다음 날, 용기를 내 유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요?" 세 개의 점이 깜빡이더니 그녀의 답장이 도착했다. "마침 예정 없었어요. 어디 가고 싶으세요?"

겨울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토요일 오후, 우리는 한강공원에서 만났다. 유나는 머플러에 얼굴을 반쯤 파묻은 채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붉게 물든 그녀의 코끝이 귀여워 보였다. 카페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나눈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회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다양한 표정과 취미, 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석양이 강물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유나가 내 손을 살짝 잡았다. "사실 오늘 만나자고 해서 기뻤어요. 썸타기만 하는 줄 알았거든요."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 마음을 알고 있었던 걸까? 용기를 내 물었다. "그럼... 우리 사이가 썸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유나의 웃음소리가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당연하죠! 매일 아침 제 자리에 놓인 아메리카노, 퇴근길에 우연인 척 마주치기, 부서 회식 때마다 제 옆자리 맡아두기... 다 알고 있었어요."

순간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그런데 내가 아니었다면요?" 내 질문에 유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라고요?"

"음... 사실 그건 다 우리 팀 현우 씨가 한 일이에요. 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유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침묵이 우리 사이를 불편하게 감쌌다.

그때 유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본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현우 씨네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오늘 데이트 즐거웠어요. 근데 제가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녀가 자리를 떠난 후, 나는 한강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우리의 썸타기 데이트는 오해로 시작해 오해로 끝났다. 돌아오는 길, 미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썸은 끝났어. 누군가의 시작을 위해."

다음 주 월요일, 사무실에 들어서니 현우와 유나가 커피 머신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썸을 타는 동안, 인생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