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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소설

썸타기 소설: 우리가 쓰지 않은 이야기

그녀가 SNS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여느 때처럼 좋아요를 누르고 "예쁘다"는 댓글을 남기려다 나는 손가락을 멈췄다. 오늘은 뭔가 다른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민지와 나는 6개월째 '썸'이라는 모호한 관계를 유지 중이었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정의내릴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친구' 이상의 느낌. 매일 아침 보내는 "잘 잤어?"라는 문자와 퇴근길에 나누는 전화 통화, 주말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데이트.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좋아해"라는 말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소설 같다." 결국 나는 그녀의 사진에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5분 후, 그녀가 답했다. "어떤 소설?"

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손바닥에서는 땀이 배어 나왔다. 키보드 위에서 망설이던 내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아직 제목이 없는 소설. 우리가 함께 쓰고 있는 것 같은."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커피숍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이 작은 강을 이루며 흘러내렸다. 나는 민지의 답장을 기다리며 창가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은 커져갔다. 어쩌면 내가 선을 넘은 걸까? 우리의 썸은 여기서 끝나게 될까?

스마트폰 화면이 밝아졌다. 민지의 메시지였다. "서점 앞이야. 비 오는데 우산 가져왔어?"

화면을 올려다보니 그녀가 서 있었다.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노란 우산을 쓴 채. 그녀는 비에 젖은 유리창 너머로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뭐 하러 온 거야?" 내가 물었다.

그녀는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안에는 한 권의 책이 들어있었다. 표지는 하얀색 바탕에 제목이 없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 그녀의 필체로 쓰인 글이 보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6개월 동안 썸만 타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서로의 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머지 페이지는 모두 비어 있었다. 내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의 뺨에 홍조가 돌았다.

"나머지는 우리가 함께 써야 할 것 같아서," 그녀가 말했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어?"

비가 오는 서점 앞, 노란 우산 아래에서 우리는 마침내 썸이라는 모호한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의 첫 문장을 함께 쓰기 시작했다. 어쩌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소설은 항상 두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