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대학교: 숨겨진 진실
전화기 진동이 침묵을 깨뜨렸을 때, 나는 아내의 책상 서랍에서 낡은 학생증을 발견한 상태였다. 그녀가 다녔다던 대학교의 이름이 학생증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지만, 사진 속 여자는 내가 알던 아내가 아니었다.
"여보, 저 오늘 동창회 모임 있어서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아내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다. 나는 학생증을 다시 서랍에 넣으며 그녀의 말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결혼 8년 동안 아내는 대학 시절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캠퍼스의 벚꽃길, 철학과 교수님의 난해한 강의, 그리고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하던 날들. 그 이야기들이 내 머릿속에서 마치 내가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선명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등 불빛이 비오는 밤거리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했다. 나는 아내가 말했던 대학교 홈페이지를 열었다. 마우스 클릭 소리가 침묵 속에서 유독 크게 들렸다. 졸업생 명단을 찾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찾았다. 아내의 이름은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혹시 결혼 전 성씨가 달랐을까? 아내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친척들과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과거는 오직 그녀의 말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서랍을 다시 열어 학생증을 꺼냈다. 사진 속 여자는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 카드 뒷면에 적힌 학번으로 검색해보니, 10년 전 실종된 여학생의 기사가 나왔다. 내 손이 떨렸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아내였다. 나는 재빨리 컴퓨터 화면을 끄고 학생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빗물에 젖은 우산을 접으며 미소 지었다.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나는 아내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8년 동안 함께 잠들고 깨어났던 그 얼굴. 과연 내가 얼마나 그녀를 알고 있었을까.
"동창회는 어땠어?"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깔렸다.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가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별거 없었어. 다들 변한 게 없더라."
침묵이 우리 사이를 메웠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 깊은 곳에서 처음 보는 무언가가 일렁였다.
"나 커피 한잔 마실게." 그녀가 주방으로 향했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머니 속 학생증을 꽉 쥐었다.
아내는 커피를 끓이며 허밍을 시작했다. 그 멜로디는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이었다. 마치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흘러나온 기억의 파편 같았다. 우리 집 부엌에 서 있는 아내는 분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그녀가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커피 향이 진하게 번졌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내일 아침, 우리 중 한 사람은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