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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데이트

아내와의 데이트: 오늘이 첫날처럼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녀의 향기가 나를 덮쳤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뿌리던 그 향수였다.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아내는 거울 앞에 서서 귀고리를 끼우고 있었다. 내가 결혼 5주년 기념으로 선물했던 진주 귀고리. 그것도 서랍 깊숙이 묻혀 있었을 텐데.

"늦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였다. 긴장한 듯한, 아니, 설레는 듯한 톤. 우리는 오늘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결혼 상담사의 제안이었다. "서로를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데이트를 해보세요."

나는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차에 오르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었다. 평소에는 그냥 자기 차를 몰고 출근하곤 했으니까.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서로의 문을 열어주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향기를 맡지 못하게 된 건.

저녁 식사는 우리가 처음 만난 레스토랑이었다. 기억하고 있을까 싶었는데, 그녀가 먼저 말했다. "여기서 처음 만났죠. 당신이 와인을 쏟았던." 그때 그녀는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다.

식사는 조용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와인 한 잔, 두 잔 마시며 대화가 피어났다. 그녀의 일과 내 일,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 하지만 오늘은 우리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만났고, 왜 사랑에 빠졌는지. 서로가 좋아하던 것들, 이제는 하지 않게 된 것들.

"당신 웃음소리가 그리웠어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언제부터 웃지 않게 됐는지 몰랐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남편'이라는 역할 속에 갇혀 '그녀'와 '나'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식사 후 우리는 강변을 걸었다.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찾았다. 차가웠다. 나는 그녀의 손을 내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달빛 아래 그녀의 얼굴은 데이트 첫날처럼 빛났다.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답 대신 나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15년 전 첫 키스의 떨림이 돌아왔다. 그녀의 입술에서 와인 맛이 났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우리의 결혼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현관문을 열고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히며 깨달았다. 내가 잊고 있었던 건 아내가 아니라 그녀였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우리는 '아내'와 '남편'이 아닌 '그녀'와 '나'로 데이트를 했다.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달력을 보니 오늘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아마도. 그녀의 베개 옆에 놓인 쪽지에는 한 마디가 적혀 있었다. "다음 데이트는 내가 계획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