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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여사친

아내와 여사친: 거울 속의 균열

아내가 죽은 지 삼 개월째 되는 날, 그녀의 여사친에게서 전화가 왔다. "민호씨, 오늘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유리처럼 맑은 목소리가 귓가에 부서졌다. 은주의 목소리는 언제나 아내의 것과 닮아 있었다. 내가 처음 그 사실을 알아챘을 때는 결혼 5년차, 은주가 우리 집에 처음 초대받아 왔던 저녁이었다. 와인잔을 부딪치며 웃는 두 여자의 목소리가 겹쳐지던 순간,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카페 구석에 앉은 은주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무릎 위에 올려진 그녀의 손가락이 섬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줄리 사망 증명서요." 은주는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민호씨, 혹시 줄리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정확히 아세요?"

말도 안 되는 질문이었다. 내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내가 모를 리 없었다. 욕실 바닥에 쓰러진 아내를 발견한 사람은 나였다. 수면제 빈 병을 손에 쥐고 누워있던 그녀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나와 있어요. 그런데..." 은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줄리가 당신에게 메모를 남겼다고 했잖아요. 그 메모, 볼 수 있을까요?"

목이 바짝 말랐다. 그날 밤, 아내가 남긴 쪽지에는 단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거울을 깨트려'.

"죄송해요, 그건 너무 사적인 일이라..." 내 말을 자르며 은주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스크린에는 아내와 은주가 함께 찍은 셀카가 있었다. 둘은 거의 똑같아 보였다. 같은 헤어스타일, 같은 미소, 같은 눈빛. "우리가 만난 지 5년이에요. 당신과 줄리의 결혼 기간과 정확히 같아요. 이상하지 않나요?"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예요?"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었어요, 민호씨." 은주의 목소리가 변했다. 이제 아내의 목소리와 전혀 다르게 들렸다. "줄리는 내게 당신과의 모든 일을 이야기했어요. 당신이 그녀를 어떻게 통제하고, 서서히 질식시켰는지. 그리고 그녀가 당신에게서 벗어나려 했을 때..."

카페의 소음이 갑자기 멀어졌다. 은주는 가방에서 또 다른 봉투를 꺼냈다. "이건 줄리의 진짜 유서예요. 그녀가 내게 맡긴 거예요. 그리고..." 숨을 고르더니 은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당신이 그날 밤 구입한 수면제 영수증이에요. 줄리의 지문이 아닌, 당신의 지문만 묻어있는 약병의 사진도 있고요."

나는 무릎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당신... 진짜 누구예요?"

"나는 당신 아내의 유일한 여사친이자..." 은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그토록 깨트리고 싶어 했던 거울이에요."

카페를 나서는 순간,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보낸 사람은 '경찰청'. 그리고 창밖으로, 파란 불빛이 번쩍이며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