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애니메이션: 괴담이 된 그림자들
그날 밤, 종현의 모니터에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버퍼링으로 생각했다. 움직임이 멈추는 일은 흔했으니까. 하지만 캐릭터의 눈동자만 천천히 화면 중앙에서 내 위치로 이동했을 때, 등줄기에 한기가 느껴졌다.
"이상하네..." 나는 중얼거리며 마우스를 움직여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대신 화면 속 소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입술을 벌렸다. 성우의 목소리가 아닌, 금속성을 띤 기계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왜 계속 보고 있어? 네가 우리를 지켜본 시간만큼, 우리도 너를 지켜봤어."
순간 화면이 까맣게 변하고 다시 정상적인 애니메이션이 재생되었다. 내가 상상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장난? 애니메이션 커뮤니티에 이상한 경험을 공유했지만, 대부분은 내가 잠들기 직전의 착각이라고 했다.
이틀 후, SNS에서 '애니메이션 괴담'이라는 해시태그가 트렌드가 되었다. 내가 본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나타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모두 같은 시리즈, 같은 에피소드를 보던 중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호기심에 관련 애니메이션의 제작사를 조사했다. 그곳은 5년 전 대형 화재로 전 직원이 사망한 스튜디오였다. 그런데 그들이 작업하던 미완성 작품이 어떻게 완성되어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간 걸까?
어느 날 밤, 나는 한 익명의 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우리도 당신을 봅니다"였다. 첨부파일을 열자 흑백의 스케치북이 나타났다. 그것은 내 방의 구석에서 잠든 나를 그린 그림이었다. 각도는 내 컴퓨터 모니터에서 바라본 시점이었다.
그날 밤부터 컴퓨터를 끄고 모니터를 천으로 가렸다. 그러나 휴대폰 화면에서도, TV에서도, 심지어 거리의 전광판에서도 그 애니메이션 속 소녀가 보였다. 항상 잠시, 아주 짧게. 눈이 마주치면 그녀는 웃었다.
오늘 밤, 용기를 내어 소녀에게 물었다. "왜 나를 따라다녀?"
그녀는 슬픈 눈으로 대답했다. "우리는 완성되지 못한 이야기야. 누군가 우리를 기억해주길 바랐을 뿐이야. 그런데 이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봤어."
다음 날, 그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모든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더 이상한 것은 그 작품을 본 적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기억도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내 스케치북에서 내가 그린 적 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그림을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종이 밖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