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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여친

미완성 애니메이션의 여친

내 여자친구는 3시간 전부터 애니메이션 속에 갇혀 있다. 모니터 화면을 두드려봐도 그녀는 그저 허공을 바라보며 미완성된 드로잉 라인 위에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소현아, 나 보여? 제발... 대답 좀 해봐." 모니터를 만지는 내 손가락 끝에서 정전기가 스파크처럼 튀었다. 그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지만, 화면 속 배경은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았다.

모든 건 어제 밤 소현이가 새로 산 그래픽 태블릿으로 애니메이션을 그리다 잠든 후부터였다. 아침에 깨어보니 그녀는 사라졌고, 태블릿에 연결된 모니터에는 그녀가 그리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소현이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휴대폰이 충전기에 그대로 꽂혀있었고, 신발도, 지갑도 모두 집에 있었다.

화면 속 소현이는 완성된 배경 속에서 유일하게 미완성된 존재였다. 팔과 다리의 일부는 아직 스케치 선으로만 남아있었고, 얼굴은 색이 채워지지 않은 채 흑백으로 남아있었다. 그녀가 남겨둔 태블릿에는 마지막으로 그린 장면이 저장되어 있었다. "나를 완성시켜줘."라는 대사 말풍선과 함께.

나는 소현이의 그래픽 태블릿을 집어들었다. 미술은 초등학교 이후로 해본 적이 없었지만, 그녀를 되찾기 위해선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펜을 쥐고 화면 위에 선을 그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소현이의 팔다리를 완성하고, 얼굴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화면 속 소현이가 점점 생명력을 얻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이 깜빡였다. 그리고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계속해..."라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밤을 새워가며 그림을 완성해갔다. 그녀의 선이 점점 선명해질수록, 내 주변의 실제 세계는 점점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색칠을 마치고 펜을 내려놓는 순간, 모니터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을 다시 떴을 때, 소현이는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이상하게 평면적이었고, 움직임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완성됐네," 소현이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처럼 울렸다.

뭔가 이상했다. 내 손을 보니 선으로만 이루어진 윤곽선이 보였다. 그리고 방 안의 모든 것이 2D로 평평하게 보였다. 소현이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 둘 다 완성됐어. 함께 이 세계에서 살자." 내가 그녀를 구하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나를 이 세계로 데려오려 했던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