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의 괴담: 검은 만두의 속삭임
새벽 세 시, 스튜디오의 모든 전원이 꺼졌다. 에스파의 연습실에 홀로 남은 지수는 거울 속 자신의 실루엣이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
"윈터? 카리나? 장난치지 마!" 지수의 목소리가 텅 빈 연습실에 메아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에어컨의 찬 바람이 아닌, 공포가 만들어낸 한기였다.
연습실 구석에서 검은 실루엣이 움직였다. 둥글고 작은 형태, 마치 만두처럼 생긴 그것은 거울에 비친 지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식품 회사가 협찬한 블랙 만두였다. 그룹의 인기에 힘입어 에스파 멤버들의 얼굴이 프린트된 '블랙 만두'는 팬들 사이에서 열풍이었다.
"너도 나처럼 되고 싶지 않니?" 만두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만두의 속삭임은 계속됐다. "우리는 모두 너희 에스파의 아이들이야. 우리도 꿈이 있어."
지수는 핸드폰을 켜 멤버들에게 문자를 보내려 했다. 그런데 화면에는 이미 대화가 진행 중이었다.
'지수: 나 먼저 갈게. 내일 봐.'
그녀는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었다. 화면을 올려보니 온갖 이상한 메시지들이 그녀의 이름으로 전송되어 있었다. '나 머리 스타일 바꿀래', '내일 촬영 좀 늦을 것 같아', '우리 연습곡 템포 좀 빠르게 해주면 안 될까?'...
더 충격적인 것은 모든 멤버들이 그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답변했다는 점이었다. 마치 정말 지수가 보낸 것처럼.
"우리는 오래 전부터 네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어." 만두의 목소리가 이제는 지수의 목소리와 똑같이 들렸다. "팬들은 네가 아닌 나를, 우리를 보고 있었어. 에스파의 지수는 이미 여러 명이야."
지수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대신 검은 만두가 그녀의 형태로 변해가는 것이 보였다. 완벽한 복제, 똑같은 미소, 동일한 움직임.
"너는 이제 쉴 수 있어. 우린 네 자리를 잘 지킬 테니까." 만두-지수가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카리나는 연습실에 들어서자 평소와 다름없이 웃고 있는 지수를 발견했다. "어제 연습 더 하다 갔어?"
"응,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지수가 대답했다.
카리나는 지수의 책상 위에 놓인 비닐봉지에 눈길을 주었다. "그거 뭐야?"
"아, 이거?" 지수는 봉지를 열었다. 그 안에는 검은 만두가 가득했다. "배고프지? 한번 먹어봐. 정말 맛있어. 먹다 보면 네가 달라질 거야."
카리나가 만두를 입에 넣는 순간, 연습실 구석에서 누군가의 작은 비명이 들렸지만, 곧 에스파의 신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그 소리를 덮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