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게임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날이었고,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선풍기가 느릿하게 돌아가며 쏟아내는 바람조차 후끈한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할머니 댁 낡은 마루에 둘러앉은 우리 다섯 사촌은 서로의 눈빛만 훔쳐보며 낡은 주사위 하나를 손에서 손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건 그냥 게임일 뿐이야," 큰사촌 민수가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진실 아니면 도전. 선택하지 않으면 벌칙이야."
창문 너머로 매미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 게임을 시작한 것은 그저 무더위를 잊기 위한 어린 시절의 장난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비밀과 욕망을 드러내는 잔인한 의식으로 변해버렸다.
주사위가 내 앞에 멈췄다. 나무 바닥에 구르는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들렸다. 다섯 개의 눈동자가 내게 고정되었다.
"진실," 내가 말했다. 도전을 선택하면 저수지까지 달려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여름 오후의 그 불타는 길을 뛰어간다는 건 고문과 다름없었다.
"네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는 뭐야?" 항상 조용했던 막내 사촌 지현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마루 위의 공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수박을 썰고 계시는 소리만이 침묵 속에 흘렀다. 나는 목구멍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대답할 수 없으면 벌칙이야," 민수가 재촉했다.
그때 창문을 통해 들어온 한 줄기 햇살이 주사위 위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문득 깨달았다.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지만, 때로는 그 규칙을 깨는 것이 진정한 승리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내 가장 큰 후회는,"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사위를 창밖으로 던졌을 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그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더 이상 그 게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무더운 여름날 매미 소리가 크게 들릴 때면, 나는 그날의 주사위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누군가 그것을 주워들고, 또 다른 진실과 거짓의 게임을 시작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