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과자: 녹아내린 기억
할머니의 낡은 과자 틴케이스에서 시간이 멈춘 냄새가 퍼져나왔다. 녹슨 뚜껑을 열자마자 불현듯 그 여름이 밀려왔다. 열여섯 살의 나,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계절.
1988년 여름은 유난히도 뜨거웠다. 아스팔트에 계란을 깨면 정말로 익을 것 같은 폭염이 마을을 덮었고, 우리 집 낡은 선풍기는 뜨거운 공기를 재순환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엄마는 집안 살림에 허덕이며 나에게 동생을 돌보라는 임무를 맡겼다. 나는 칠 살 동생 수민이를 데리고 매일 오후 문방구로 향했다.
"오빠, 오늘은 뭐 살 거야?" 수민이의 까만 눈동자는 유리 진열장 안의 형형색색 과자 봉지들을 좇았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어도 동생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뽑기과자, 쫀드기, 소라과자... 우리의 여름은 500원짜리 동전 몇 개로 채워진 행복이었다. 특히 수민이가 좋아했던 것은 '얼음과자'였다. 차가운 냉동고에서 꺼내 비닐을 뜯자마자 손에 들고 있는 동안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그 달콤한 고통. 수민이는 항상 과자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기 전에 빨리 먹으려고 급했다.
"오빠, 빨리 먹어! 다 녹아!" 동생의 다급한 외침 속에서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여름의 웃음소리는 매미 소리보다도 더 크게 마을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8월의 마지막 주, 수민이는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의사들은 "단순한 여름 감기"라고 했지만, 고열은 내리지 않았다. 나는 매일 문방구에 들러 수민이가 좋아하던 과자들을 샀다. 언젠가 깨어나면 먹을 수 있게.
하지만 과자들은 서랍 속에서 기다리다 녹아내렸고, 수민이의 병실 창문으로 가을이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수민이의 작은 손을 잡았을 때, 내 손바닥에는 과자를 쥐었던 끈적임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할머니의 틴케이스에는 내가 그 여름 수민이를 위해 모았던 마지막 과자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30년이 지났지만, 녹아내리지 않고 시간 속에 갇힌 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만져보니 여전히 그 모양 그대로였다. 우리의 기억처럼.
틴케이스를 닫으며 할머니의 방을 나선다. 오늘은 내 아이들에게 얼음과자를 사주려 한다. 여름은 빠르게 지나가고 과자는 금방 녹아버리지만, 그 달콤함은 평생 기억 속에 남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