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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보드게임

여름의 보드게임: 불완전한 규칙들

여름 더위가 방 안으로 스며들던 날, 그녀는 먼지 쌓인 상자를 발견했다. 이모의 옥탑방을 정리하다 찾아낸 그 오래된 보드게임은 '인생의 미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상자에서는 1988년 여름의 향기가 났다.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나는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는 선풍기 앞에 앉아 게임을 펼쳤다. 주사위는 보이지 않았고, 설명서는 절반만 남아있었다. 규칙을 알 수 없는 게임 앞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만의 규칙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녀가 말했다. 땀에 젖은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게임 보드의 미로 같은 길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여기서 시작해서, 각자 자신만의 목표 지점을 정하는 거야."

오후의 빛이 창틀을 타고 미끄러지는 동안, 우리는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만든 규칙은 단순했다. 각자 원하는 곳을 목표로 정하고, 매 턴마다 이야기를 하나씩 나누는 것. 말을 움직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였다.

"대학 때 내가 정말 되고 싶었던 건 소설가였어." 그녀의 말은 7월의 후텁지근한 공기에 묻혀 사라졌다. "근데 지금은 그냥 회계사야. 재밌는 건, 내가 행복하다는 거지."

게임은 진행되었고, 우리의 말들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학창 시절 첫사랑, 가족의 병환, 직장에서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꿈들. 선풍기는 우리의 고백을 한 바퀴씩 돌려 방 안에 퍼트렸다.

"사실 게임에서는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가잖아." 내가 말했다. "근데 인생은..."

"각자 자기만의 목표를 찾아가는 거지." 그녀가 문장을 완성했다.

해가 질 무렵, 우리는 각자의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그녀는 '안정'이라고 적힌 칸에, 나는 '모험'이라고 적힌 칸에 말을 세웠다. 게임이 끝났을 때,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불완전한 규칙과 찢어진 설명서가 우리에게 더 넓은 자유를 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우리는 그 보드게임을 다시 상자에 넣었다. 하지만 규칙은 우리 안에 남았다. 때때로 인생은 미로 같은 보드게임이고,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플레이어일 뿐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그리고 가끔은, 불완전한 게임이 가장 완벽한 시간을 선물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