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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소설

여름의 소설: 당신이 쓰지 않은 이야기

첫 번째 장마비가 창문을 두드리던 날, 나는 그녀의 소설을 훔쳤다. 습기로 부풀어 오른 서랍 깊숙이 숨겨진, 아무도 읽지 않은 원고를 꺼냈을 때 내 심장이 어떤 소리를 냈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죄책감과 호기심이 뒤섞인 이상한 울림이었다.

미선은 내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다. 그해 여름은 특히 견디기 힘들었다. 에어컨이 고장 난 원룸에서 우리는 땀에 젖은 채 밤을 지새웠다. 미선은 항상 새벽녘에 일어나 무언가를 쓰곤 했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빛 아래,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추는 소리가 내 잠을 설치게 했다.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쓰는 거야?" 어느 날 내가 물었다.

"내 인생의 소설." 그녀는 웃음기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절대 출판하지 않을 거야. 아무도 읽게 할 생각도 없고."

미선이 갑자기 사라진 건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짧은 메모 한 장만 남기고—'잠시 떠나야 해. 걱정하지 마.'—그녀는 가방 하나만 챙겨 떠났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성인이 자발적으로 떠난 것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나는 그녀의 서랍을 뒤졌고, 거기서 USB 하나를 발견했다. 열어보니 '여름의 끝.docx'라는 파일이 하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소녀가 자신의 삶에 지쳐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도망치는 이야기.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는 숨을 쉬기 어려워졌다. 주인공의 룸메이트는 나와 똑같은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말투, 같은 웃음소리, 심지어 같은 악몽까지.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8월 15일, 도시를 떠날 것이다.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진짜 내 이야기를 쓸 것이다. 룸메이트는 언젠가 이 메모를 발견하겠지. 그녀는 항상 남의 것에 호기심이 많으니까. 그리고 그때, 그녀는 이 소설이 미래에 대한 계획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의 기록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날짜를 확인했다. 파일이 마지막으로 수정된 날짜는 미선이 사라지기 한 달 전이었다.

창밖으로 여름은 저물고 있었다. 미선의 소설이 예언이었는지 기록이었는지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뜨거운 여름날 우리의 원룸에서 나는 단지 등장인물이었고, 진짜 작가는 따로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된다—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훔쳐 읽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