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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애니

여름과 애니: 잃어버린 색채를 찾아서

하얀 천장만 응시한 지 벌써 삼백 스물여덟 시간. 스물두 번째 여름, 나는 색채를 잃었다. 주치의는 이것을 '급성 색채 상실증'이라 불렀다. 세상이 흑백으로 변한 그날, 내 방 책상 위에는 미완성된 애니메이션 원화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유이, 정말 아무것도 안 보여? 이건... 노란색이야." 미나가 해바라기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내게는 그저 회색 꽃일 뿐이었다. 창가에 앉아 눈을 감았다. 여름 햇살이 내 눈꺼풀을 따스하게 데웠지만, 그마저도 흑백이었다.

색을 그리는 애니메이터가 색을 볼 수 없게 된 아이러니. 담당 의사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했다. 마감에 쫓기던 프로젝트, 완벽주의에 시달리던 내 모습, 그리고 그날의 사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옥상에서 바라본 석양은 내가 마지막으로 본 색이었다.

"이거, 네가 좋아하던 애니잖아." 미나가 노트북을 켰다. 화면 속에서는 내가 어릴 적 수없이 봤던 애니메이션이 재생되었다. 소녀가 바다를 건너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그때는 푸른 바다와 붉은 노을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회색조였다.

밤이 깊어 미나가 돌아간 후, 나는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완성하지 못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보드가 가득했다. 꿈꾸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내가 그토록 그리고 싶었던 여름 축제 장면에서 작업이 중단되었다. 손가락으로 종이 위를 더듬었다. 질감은 느껴지는데, 색은 보이지 않았다.

"색이 없으면... 형태로 말하면 되잖아." 새벽녘, 문득 떠오른 생각에 펜을 들었다. 색 대신 선으로, 명암으로,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전하기로 했다. 창문을 열자 여름 새벽의 공기가 들어왔다. 냄새로 느껴지는 초록, 소리로 다가오는 파랑.

일주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작업했다. 내 애니메이션은 흑백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나는 색을 느꼈다. 펜이 춤추듯 움직일 때마다 마음속에서 색이 번졌다. 완성된 단편을 미나에게 보냈다.

"유이... 이거...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어?" 미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흑백인데도 모든 색이 보여. 특히 축제 장면에서 폭죽이 터질 때... 정말 오색찬란해."

그날 밤,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갔다. 여름밤 하늘을 바라보는데, 문득 별빛이 희미한 노란색으로 보였다. 눈을 깜빡였다. 착각이 아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별들이 각자의 색을 되찾고 있었다. 흑백 세상에 조금씩 물들어가는 색채. 내 안에서 잃어버렸던 것이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이제 내 애니메이션은 색이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 사이의 여정을 그린다. 완벽한 색을 찾아 헤매던 내게, 여름은 색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오늘 밤, 별빛 아래 그리는 새 스토리보드에는 어떤 색이 스며들까? 그것은 나만의 애니메이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