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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여사친

여름의 여사친: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이며 내 마음처럼 흘러내릴 때, 나는 그녀의 메시지를 받았다. "오랜만이야, 이번 여름 우리 고향에서 만날래?"

서울의 후텁지근한 아파트를 벗어나 열 시간 만에 도착한 고향 바닷가.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지민이는 여전히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였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 소금기로 뻣뻣해진 머리카락, 그리고 언제나 눈부신 웃음. 여름의 끝자락마다 우리는 이 해변에서 만났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우리는 그저 '절친'이었다.

"야, 여기 파도 좀 봐. 작년보다 더 세진 것 같지 않아?" 지민이의 목소리가 바다 소리에 섞여 귓가를 간지럽혔다. 모래 위에 나란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데, 손등에 닿는 그녀의 손가락이 십 년 전 이별 날보다 더 뜨겁게 느껴졌다.

대학에 가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도시로 흩어졌다. SNS로 간간이 소식을 주고받았을 뿐, 한때 하루도 떨어지지 않았던 사이는 어느새 '가끔 좋아요를 누르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대학 동기와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마음 한 구석이 무너져 내렸다는 걸 인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근데 정말 헤어진 거야? 네 인스타그램만 봐도 너희 둘이 얼마나 잘 어울렸는데." 조심스레 묻자 지민은 모래를 한 움큼 쥐었다 놓으며 웃었다.

"사람들이 보는 것과 실제는 달라. 너도 알잖아. 여름 바다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거." 그녀의 목소리에 서린 쓸쓸함이 저녁 바람에 퍼져나갔다.

우리는 밤이 늦도록 옛 추억을 나누었다. 수학여행에서 몰래 빠져나와 별을 본 일, 졸업식 날 서로에게 쓴 편지, 그리고 말하지 않았던 진심들. 지민이의 어깨에 기대어 파도 소리를 들으며, 나는 열여덟의 여름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았다.

"내일 아침 첫 차로 서울 돌아가야 해." 지민이가 속삭였다. "근데 이번엔 연락 계속 할게. 약속."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 사이에 있던 것은 단순한 우정이 아니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사람의 마음도 변하는 것. 하지만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여름이 오듯, 어떤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 그녀를 배웅하며 건넨 포옹은 평소보다 조금 더 길었다. 버스가 떠나고 나서야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열 년 전 졸업식 날 건네지 못했다는 편지였다. 마지막 문장에 적힌 "네가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처럼, 나도 그랬어"라는 고백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여름의 파도에 휩쓸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