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여친: 우리가 쌓아올린 모래성
여름이 끝나면 그녀도 끝날 것이라는 걸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세 달짜리 계약 연애였다.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모래알을 하나씩 세며 기간을 정했을 때, 나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 끝날 때까지만. 9월 1일부터는 모르는 사람이야."
해변에는 뜨겁게 달궈진 모래가 발바닥을 따갑게 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파도 소리보다 컸고, 바닷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검은 파도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피부에 선크림을 발라주며 여름의 흔적을 남겼다. 그녀의 어깨뼈 위로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주는 일은 내게 허락된 소소한 행복이었다.
여름 여친. 그것이 그녀의 공식 직함이었다. 가끔은 그녀가 진짜 내 여자친구인 것처럼 착각하기도 했다. 밤바다에 발을 담그고 별을 세며 말했다.
"계약이 끝나도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웃기만 했다. 그리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도 계약 연장을 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여름 내내 모래성을 쌓았다. 글자 그대로의 모래성이었다. 매일 해변에서 만나 성을 쌓고, 파도가 밀려와 무너뜨릴 때마다 다시 쌓아올렸다. 그러나 우리의 관계도 모래성과 같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시적이고, 허물어질 운명이라는 것을.
8월의 마지막 주, 태풍이 왔다. 우리가 한 달 넘게 공들여 쌓아온 모래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빗속에 서서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눈에서 처음으로 슬픔을 보았다.
"괜찮아. 이제 다시 쌓으면 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시간이 없어."
계약 종료일, 우리는 처음 만났던 해변에서 만났다. 그녀는 내게 작은 유리병을 건넸다. 안에는 우리가 매일 쌓았던 모래성의 모래가 담겨 있었다.
"겨울에 이걸 보면 여름이 생각날 거야."
그녀는 내게 마지막 키스를 남기고 걸어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늘, 첫눈이 내리는 날, 나는 그 유리병을 열었다. 모래 사이에서 작은 쪽지가 나왔다. "다음 여름, 같은 해변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나는 또 다른 여름을 기다린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쌓을 새로운 모래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