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행: 돌아갈 수 없는 계절
그 여름 여행이 마지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빛이 차 안을 금빛으로 물들이던 날, 우리 넷은 웃음소리로 가득 찬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에어컨 바람은 미지근했고, 라디오에서는 그 해 유행하던 팝송이 흘러나왔다. 아스팔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지평선을 흔들어놓았다.
"도착하면 제일 먼저 바다에 뛰어들 거야," 현우가 말했다. 그는 항상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했다. 옆자리의 지수는 졸음에 겨워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고, 운전석의 민석이와 나는 지도를 펼쳐 놓고 경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우리에겐 3박 4일의 자유와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소나무 숲이 우리를 반겼다. 창문을 열자 바다 내음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짠 공기, 선크림 향, 그리고 우리의 젊음이 섞인 그 특별한 냄새는 지금도 코끝에 선명하다. 민석이가 갑자기 차를 세웠을 때, 우리는 절벽 위에 서 있었다. 눈 아래로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는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지수가 현우의 어깨를 붙잡고 깔깔거리며 웃던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았다.
우리가 묵은 펜션은 낡았지만 아늑했다. 저녁에는 모래사장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별을 세었다. 현우는 여름 휴가를 갈 때마다 우리가 서로를 놓치지 않기를, 10년 후에도 이렇게 여행하자고 약속을 받아냈다. 그때는 그의 말이 그저 술에 취한 감상으로만 들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뭔가를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셋째 날 아침, 누군가의 제안으로 등대까지 수영을 가기로 했다. 민석이는 조심성이 많아 망설였지만, 현우의 성화에 결국 동의했다. 해변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파도는 잔잔했고, 등대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바닷물이 피부를 감싸 안으며 생기를 불어넣었다.
바다에서의 일은 너무 빨리 벌어졌다. 갑자기 바뀐 조류, 현우의 비명, 민석이의 필사적인 수영, 그리고 지수와 내가 해변에 도착했을 때의 적막감. 구조대가 두 시간 뒤에 찾아낸 민석이의 몸은 이미 차가웠고, 현우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지수와 나는 여전히 연락하지만, 약속했던 여행은 떠나지 못했다. 매년 여름이 오면 나는 새로운 여행지를 검색하지만, 결코 예약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오늘 아침, 지수에게서 문자가 왔다. "올해는 가자, 그 약속 지키러." 창밖으로 보이는 여름 하늘이 유난히 푸르다. 가방을 꺼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번 여름 여행이,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그때로부터 마침내 한 걸음 나아가는 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