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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초콜렛

여름 초콜렛: 녹아내리는 기억

그녀의 방에서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런 소리는 존재하지 않지만, 내 귀에는 분명 들렸다. 그해 여름은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이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그저 더운 바람을 순환시킬 뿐이었다.

민지는 창가 책상 위에 두고 온 초콜릿 한 조각을 발견했다. 누군가의 마지막 선물처럼, 포장지는 반쯤 벗겨진 채 햇빛 아래 서서히 모양을 잃어가고 있었다. 갈색 방울이 하얀 종이 위로 번져나가는 모습이 마치 느린 눈물 같았다.

"아직도 이걸 버리지 못했어?"

현우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준 마지막 초콜릿이었다. 일 년 전 여름, 우리가 헤어지기 전날 밤, 그가 내 손에 쥐여준 것. 내가 고스란히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한 번도 먹지 않은 채 계절을 넘긴 것.

"난 네가 좋아하는 다크 초콜릿인 줄 알았어." 현우가 다가와 창가에 기대섰다. 그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알고 보니 넌 화이트 초콜릿을 좋아했던 거지."

우리의 관계는 그런 것이었다. 서로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모르고 있었다. 여름 햇살 아래서는 모든 초콜릿이 결국 같은 모습으로 녹아내린다는 사실도.

"가끔 궁금해." 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다른 계절에 만났다면 어땠을까."

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겨울이었다면 그 초콜릿은 단단하게 굳어서 네 이를 부러뜨렸을지도 모르지."

우리는 함께 웃었다.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는 동안, 나는 조심스럽게 녹은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에 묻어나는 달콤한 감촉이 일 년 전의 기억을 다시 불러왔다. 헤어짐의 쓰라림도, 그리움의 달콤함도.

"맛있어?" 그가 물었다.

"모르겠어."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초콜릿이 녹으면 원래 맛을 알 수 없잖아. 그저... 달콤하고 쓰기만 할 뿐."

창문 너머로 매미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여름은 한창이었다. 녹아내린 초콜릿처럼 우리의 관계도 이제 원래의 모양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 맛은 여전히 내 손끝과 기억에 남아있었다. 어쩌면 모든 관계는 결국 녹아내릴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의 달콤함을 위해, 우리는 여름날의 초콜릿을 계속해서 손에 쥐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