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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패션

여름 패션의 그림자

태양이 아스팔트 위에 그림자를 던지는 오후 세 시, 나는 여름 패션 매거진 촬영장에서 핫팬츠를 입고 웃고 있었다. 끈적이는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어 화보 속 모델들처럼 우아하게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완벽한 미소를 유지해야 했다. 그것이 내 직업이었으니까.

"완벽해, 정말 완벽해!" 사진작가 현우가 셔터를 눌러대며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흥분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 칭찬이 정확히 무엇을 향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내 얼굴이 아닌, 내가 입은 옷이 팔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향한 것이었다.

스튜디오의 에어컨이 최대로 가동되고 있었지만, 조명 때문에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은 감출 수 없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다섯 번째로 달려와 파우더를 두드렸다. 빛나는 여름 패션에 땀은 허용되지 않는 요소였다.

"이번 여름 컬렉션은 '자유롭고 가벼운 영혼'이 콘셉트야. 좀 더 가볍게, 마치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움직여 봐." 스타일리스트가 속삭였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내가 입은 옷이 얼마나 무겁고 불편한지 그는 모를 것이다. 가벼워 보이는 저 쉬폰 원피스 안에는 세 겹의 이너웨어가 숨겨져 있었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헤어스타일을 위해 두 시간 동안 머리를 당기고 고정했다.

점심시간, 모델들은 샐러드 잎을 포크로 집어 올렸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했다. 이 바닐라 프로틴 쉐이크가 오늘의 주식이었다. "이번 시즌엔 크롭톱이 대세라며? 난 배가 나와서 못 입겠어." 옆자리 모델이 말했다. 그녀의 허리는 내 팔뚝보다 가늘었다.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매장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화보에서는 화려하고 세련됐지만, 지금의 나는 지쳐 보였다. 태양은 여전히 강렬했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다리를 데웠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는 모든 옷을 벗어던졌다. 시원한 샤워를 마치고 가장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꺼내 입었다. 오늘 촬영한 화보 속 옷들은 모두 9만 원 이상이었지만, 지금 내가 입은 이 5천 원짜리 티셔츠만큼 편안하지는 않았다.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내가 지난주에 올린 여름 패션 화보가 이미 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고 있었다. "완벽한 여름 룩!", "어떻게 항상 그렇게 멋져 보이는 거야?", "네 패션 센스 정말 부러워" 같은 댓글들이 줄지어 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로 여름밤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진짜 여름 패션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땀에 젖은 티셔츠 한 장과 편안한 반바지,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지을 수 있는 진짜 미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