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잃어버린 호텔
그 호텔은 여름에만 존재한다고 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웃었다. 계절마다 문을 여닫는 휴양지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지도를 따라 해안가 절벽 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을 들이켰다. 텅 빈 절벽 위에 그것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기 중에서 건물이 실체화되는 것처럼, 흐릿한 윤곽에서 시작해 점점 선명해지는 7층짜리 하얀 호텔.
리셉션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리석 카운터 위에 놓인 황동 벨을 누르자 맑은 소리가 로비를 가득 채웠다. 천장에 달린 팬이 느릿하게 돌아가며 섞인 공기는 바다 냄새와 라벤더 향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벽에 걸린 시계는 3시 15분에서 멈춰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초침만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72년 만의 손님이군요."
목소리의 주인은 나타날 듯 말 듯한 형체였다. 노인인지 젊은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얼굴,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제복을 입은 그는 나에게 낡은 방명록과 황동 열쇠를 건넸다. 방 번호는 513. 엘리베이터는 없었고, 나는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5층 복도는 창문이 모두 바다를 향해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내가 아는 그 바다가 아니었다. 더 푸르고, 더 깊고, 다른 시간대의 바다였다. 513호에 열쇠를 꽂아 돌렸을 때, 문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방 안에는 나보다 20살 어린 나 자신이 있었다. 창가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 그 모습은, 내가 대학 시절 여름 방학 때 혼자 떠났던 여행 중의 나였다. 그 여행에서 나는 이 호텔을 찾지 못했었다. 아니, 어쩌면 이곳에 왔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늦었네요," 어린 나는 고개를 들어 미소 지었다.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그는 일기장을 건넸다. 페이지를 넘기자 내 글씨체로 적힌 미래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 놓친 기회들, 후회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오늘 날짜와 함께 이 호텔을 찾아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에요," 어린 내가 말했다. "여름은 모든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계절이죠."
그날 밤 나는 호텔 테라스에서 별을 보며 와인을 마셨다. 내일 아침이 되면 이 호텔은 다시 사라질 것이다. 나는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새로 쓰기로 했다. 수정액으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 페이지를 붙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내년 여름, 이 호텔은 또 다른 나를 위해 다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