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화장품: 녹아내리는 진실
종이처럼 얇아진 화장이 그녀의 비밀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그해 여름 가장 뜨거운 오후였다. 내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것이 땀인지 파운데이션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에어컨이 고장 난 화장품 가게에서 나는 카운터 뒤에 서서, 내 인생이 이 화장품처럼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 진짜예요?" 고객이 물었다. 프랑스 수입 브랜드라는 라벨이 붙은 크림 한 통을 들고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매일 연습한 그 미소. "물론이죠." 거짓말이 내 입에서 꿀처럼 흘러나왔다.
사실 그 비싼 크림들은 모두 지하 공장에서 만들어진 가짜였다.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포장, 진짜 같은 향기, 진짜 같은 질감. 하지만 진실은 내 화장처럼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제는 한 여자가 알레르기 반응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끈적이는 공기가 내 목을 조여왔다.
가게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손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배지. 내 심장이 멈췄다. 시간도 멈춘 것 같았다. 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렸다. 38도의 폭염이 내 죄책감보다 뜨겁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정기 점검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에어컨보다 차가웠다. 그는 진열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 화장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은유가 아니었다. 정말로 내 화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한 제품을 집어들었다. 우리의 베스트셀러. 가장 많은 거짓말이 담긴 병. 그는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라벨을 읽고, 뚜껑을 열고, 내용물의 향기를 맡았다. 그의 눈이 나를 향했다. 나는 알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누가 이걸 만드나요?" 그가 물었다.
내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녹아내리는 가면 같았다. 화장 아래의 진짜 내 얼굴, 거짓말 아래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었다.
"내가... 만들어요." 마침내 고백이 흘러나왔다. "지하 작업실에서요."
예상과 달리 그는 웃었다. "당신이 만든 거였군요. 놀랍네요."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사실 저는 대형 화장품 회사 신제품 개발팀에서 왔어요. 당신의 제품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왔죠. 이 여름용 수분크림의 포뮬러가 정말 특별하더군요."
내 얼굴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아니, 이번엔 눈물이었다. 녹아내린 화장 속에서, 여름의 끝없는 열기 속에서, 나는 드디어 숨을 쉴 수 있었다. 때로는 모든 것이 무너져야만 진짜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해 여름의 끝에서 나는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