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여사친과 위로의 간식
신경쓸 돈 없는 대학생인 내게 여사친의 냉장고는 곧 천국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밤 11시에 "지금 올래?"라는 문자를 보냈고, 나는 굶주린 개처럼 달려갔다.
"또 왔네, 우리집 식품 저장고의 단골손님." 유진은 문을 열자마자 내게 익숙한 말을 건넸다. 배가 고파 쪼그라든 내 위장은 그녀가 부엌에서 꺼내온 컵라면과 과자 봉지를 보는 순간 기쁨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늘은 로스팅 통닭이랑 맥주도 있어." 그녀가 냉장고에서 치킨 포장박스를 꺼내자 내 눈이 반짝였다. 닭 껍질이 바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맥주 캔을 따르는 소리는 마치 교향곡처럼 들렸다.
유진과의 관계는 특별했다. 같은 과 3년차, 서로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없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우리는 시험 기간에 서로의 노트를 공유하는 스터디 메이트였고, 가끔은 서로의 연애 상담사였으며, 때로는 취기 오른 밤의, 깊은 대화의 상대였다.
"너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와?" 그녀가 물었다. 치킨 기름이 묻은 손가락을 핥으며 나는 대답했다. "월말이잖아. 생활비 바닥났어."
유진은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따뜻한 녹차 같았다. 맑고 향긋하면서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너 알아? 사실 난 네가 찾아오는 게 좋아." 그녀가 맥주를 홀짝이며 말했다. "혼자 간식 먹는 건 재미없거든."
그 밤도 우리는 평소처럼 수다를 떨었다. 그녀의 최근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 내가 관심 있는 선배 이야기, 교수님들의 기묘한 습관들에 대해.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켰고, 나는 마지막 과자 봉지를 비우며 일어났다.
"가야겠다. 내일 9시 수업이야." 나는 안경을 고쳐 쓰며 인사했다.
"잠깐." 유진이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손에 쥐어줬다. 작은 도시락 통이었다. "내일 점심. 어제 집에서 김치찌개 해 먹고 남은 거야."
그 순간, 나는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그저 간식을 나눠 먹는 사이였던 우리 관계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느낌. 냉장고 불빛 아래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유진의 눈빛이 평소와 달라 보였다.
"...고마워." 나는 멋쩍게 도시락을 받았다.
다음 날 강의실에서 그 김치찌개를 데워 먹으면서 깨달았다. 간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진이 내게 건네는 마음이었고, 말하지 않은 감정의 언어였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배고픔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그녀의 문을 두드렸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