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과의 게임: 위험한 칩거
경희가 내 아파트 문을 두드리던 순간부터 이 모든 게임은 시작되고 있었다. 겨울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금요일 밤, 나는 이어폰을 뽑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내 발등에 차갑게 떨어졌다.
"일주일만 여기서 지내도 될까?" 경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매번 단호했던 그녀의 눈빛에 불안감이 어려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노트북 가방과 작은 캐리어만 들려 있었다. 친구로서 거절할 수 없는 요청이었다.
우리는 대학 시절부터 '여사친'이란 편리한 레이블 아래 6년을 함께했다. 그 어떤 로맨스도 끼어들지 않은 완벽한 우정이라고 자부했다. 그럼에도 나는 언제나 경계선을 조심스럽게 지켰다.
첫 날 밤, 경희는 내 컴퓨터로 로그인해 게임을 시작했다. "이거 같이 할래?" 그녀의 제안은 단순한 멀티플레이어 게임 초대처럼 들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더 복잡한 게임의 시작이었다.
가상 세계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되었다. 낮에는 서로에게 거리를 두는 룸메이트였지만, 밤마다 모니터 앞에서는 서로의 등을 맡기는 전우가 되었다. 디지털 세계의 친밀함이 현실로 조금씩 침투하기 시작했다.
"너 알아? 이 게임이 재밌는 건 현실에선 절대 하지 못할 선택들을 해볼 수 있다는 거야." 다섯 번째 날 밤, 경희가 말했다. 그녀의 캐릭터는 방금 내 캐릭터를 구해주기 위해 가상의 목숨을 희생했다.
나는 점점 현실과 게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경희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승리했을 때 그녀가 내뱉는 작은 환호성, 패배했을 때 그녀가 입술을 깨무는 습관까지. 모든 것이 이상하게 친숙해졌다.
여섯째 날, 경희는 갑자기 게임을 멈추고 물었다. "우리가 지금 하는 게임이 뭐라고 생각해?" 그녀의 질문은 모니터 속 게임을 넘어선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답하지 못했다.
마지막 날 아침, 경희의 캐리어가 현관에 준비되어 있었다. "고마워.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 그녀는 문 앞에 서서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작은 USB를 건넸다. "우리만의 게임 하나 만들었어. 나중에 혼자 해봐."
지금, 경희가 떠난 지 3시간 후, 나는 그 USB를 꽂았다. 화면에 뜬 것은 게임이 아니라 편지였다. "우리의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야. 규칙은 하나뿐이야. 너와 내가 말하지 않았던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지." 나는 키보드 위에 떨리는 손가락을 올려놓으며, 우리가 6년간 회피해온 게임의 마지막 스테이지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