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의 고백: 말하지 않은 진실
"네가 고백을 받았다고?" 내 목소리는 의도치 않게 한 옥타브 높아졌다. 커피숍의 소음 속에서도 우리 테이블만 갑자기 침묵에 잠겼다. 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10년 지기 여사친의 눈빛이 내게 말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봄바람이 커피숍 창문을 살랑거렸다. 카페라테 위에 그려진 하트 모양의 거품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마치 내 마음처럼.
"민준이한테 말이야. 어제 동아리 끝나고." 유진은 머그잔을 양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그녀의 손톱에 칠해진 파스텔 핑크색 매니큐어가 햇빛에 반짝였다.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어."
내 귀에는 '민준'이란 이름만 맴돌았다. 3학년 때부터 우리와 친했던, 내가 몰래 마음에 두고 있던 그 민준. 배신감이 가슴을 찔렀다. 아니, 이건 배신이 아니다. 민준에게 내 마음을 말한 적도 없고, 유진에게 고백한 적도 없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감정을 숨겼다.
유진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거절했어.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거든."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또 다른 사람이라니. 친구의 행복을 바라야 하는데, 내 마음은 자꾸만 어두운 곳으로 빠져들었다.
"누군데?" 묻고 싶지 않았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유진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찾더니 내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우리가 대학 축제 때 찍은 사진이었다. 내가 유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활짝 웃고 있었다.
"이 바보야."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가 민준이 좋아하는 거, 삼 학년 때부터 알고 있었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럼 왜..."
"네가 용기를 낼 때까지 기다렸지. 근데 넌 1년이 지나도록 아무 말도 없더라." 유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다 깨달았어. 내가... 네가 민준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좋아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는 걸."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유진의 말이 내 귓가에 메아리쳤다. 십 년간 친구로만 생각했던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
"미안해..." 내가 겨우 말했다.
"미안할 거 없어." 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난 그냥 고백하고 싶었어. 더 이상 이 마음을 혼자 안고 살기 싫어서."
카페의 스피커에서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지 못한 채 침묵했다. 햇빛이 테이블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10년간 쌓아온 우정과 방금 고백된 감정 사이에서, 우리의 그림자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