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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노래

여사친의 노래: 우리가 부르지 못한 멜로디

그녀의 목소리가 세상을 멈추게 한 건 우리가 대학교 3학년, 동아리 MT에서였다. 평소엔 조용하던 세연이가 캠프파이어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날의 별빛처럼 쏟아지는 그 음색에 숨을 쉴 수 없었다. 내 옆에 앉은 여사친일 뿐이었는데, 갑자기 낯선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어쩌면 네가 그렇게 노래를 잘 불러?" 파티가 끝나고 텐트로 돌아가는 길에 물었다. 그녀는 초승달처럼 웃으며 "비밀이야"라고 답했고, 그 말이 마치 환청처럼 내 귓가에 맴돌았다.

우리는 삼년 내내 같은 수업을 들었고,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으며, 서로의 연애 상담을 들어주는 사이였다. 나는 세연이를 '편한 여사친'이라고 생각했고, 그녀도 나를 그렇게 여겼다. 혹은 그렇게 여기는 척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균형 잡힌 우정이었다. 내가 그녀의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졸업을 한 달 앞두고 세연이는 내게 작은 USB를 건넸다. "너만 들어. 아직 다른 사람한테는 보여줄 자신이 없어." USB 속에는 그녀가 직접 작곡하고 부른 열두 곡의 노래가 있었다. 밤새 들었다. 다시 들었다. 또 들었다. 여덟 번째 트랙에 이르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네가 모르는 사이, 나는 네 주위를 돌고 있어. 말하지 못한 노래처럼, 부르지 못한 이름처럼..."

그녀의 노래는 나를 향한 것이었다. 세 해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들.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들, 내가 다른 여자 얘기를 할 때 그녀가 견뎌야 했던 시간들. 모든 게 가사가 되어 흘러나왔다.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음만 길게 이어질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의 SNS에는 짧은 글이 올라왔다. "음악 유학 준비 끝! 내일이면 LA로 떠납니다. 응원해주세요." 나는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출국 심사는 끝난 후였다. 유리벽 너머로 그녀의 뒷모습만 보였다. 그녀가 헤드폰을 쓰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노래를 듣고 있었겠지. 나는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오늘 아침, 그러니까 그녀가 떠난 지 정확히 5년 만에 나는 라디오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세연이의 노래가 미국에서 큰 히트를 치고 한국에도 역수입된 것이다. 곡 제목은 "여사친의 고백"이었다.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노래는 제가 용기 내어 고백했지만 결국 도착하지 못한 사람에게 바치는 노래예요. 지금은 그 사람이 저의 음악을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창밖으로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 사이로 어렴풋이 멜로디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가끔은 말로 전하지 못하는 진실을, 노래가 대신 전해주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