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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대학교

여사친의 대학교: 너와 나, 그 사이의 거리

가끔은 가까운 것이 가장 멀게 느껴진다. 이화여대 정문 앞 버스 정류장, 그녀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을 때, 나는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았다. 선명한 복숭아향 샴푸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

"도윤아, 난 정말 좋은 남자 만나고 싶어. 너같은 사람." 지현이 중얼거렸다. 이 말은 내 심장을 쥐어짜는 동시에 따뜻하게 만들었다. 대학 4년, 여사친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그녀의 곁을 지켜왔다. 첫 번째 연애 상담부터 취업 고민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교양 수업 첫날, 늦게 들어온 그녀가 내 옆자리에 앉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펜 좀 빌려줄 수 있어?" 그녀의 첫 마디였다. 그때는 몰랐다. 그 펜이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도 고통스러운 4년을 써내려갈 줄은.

도서관 구석 스터디룸에서 밤새워 시험 공부했던 날들, 학교 축제에서 술에 취해 어깨를 기대며 걸어갔던 밤길, 방학 때 함께 떠난 여행에서 공유했던 숙소. 모든 순간이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나는 한 번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여사친'이라는 안전한 경계 너머로 발을 내딛지 못했다.

"너 오늘 왜 이렇게 안 웃어?" 지현이 내 뺨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졸업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너랑 만나는 게 곧 없어질까봐." 솔직한 답변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 우리가 왜 안 만나? 너 취직하면 첫 월급으로 나 밥 사줘야지."

그녀의 웃음소리가 대학교 캠퍼스의 벚꽃길에 메아리쳤다. 우리의 관계는 이 캠퍼스처럼 넓고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명확한 경계가 있었다. 학생증의 바코드처럼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인식되는.

졸업식 날, 나는 결심했다. 학사모를 던지는 순간, 내 마음도 함께 던져야겠다고. 하지만 사진을 찍던 중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달려와 속삭였다. "도윤아, 연구실 인턴십 합격했어! 내일부터 미국 가!"

그날 밤, 송별회에서 취한 그녀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사실 너 좋아했어. 1학년 때부터." 심장이 멈추는 느낌이었다. "왜... 말 안 했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웃었다. "너무 소중했으니까. 우정을 망치기 싫었어. 그리고... 너도 말 안 했잖아."

다음 날, 공항에서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 4년의 순간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출국장으로 사라지는 순간, 내 손에는 그녀의 편지가 쥐어져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여사친에게..." 편지는 그렇게 시작했다. 대학 캠퍼스를 벗어난 우리의 이야기는, 모르는 언어로 쓰인 새 교과서처럼 두렵고 설레는 첫 페이지를 펼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