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여사친데이트

여사친의 이중 데이트

그녀가 "우리 그냥 친구 맞지?"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이미 그녀의 향수 냄새에 취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봄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태연은 언제나처럼 카페로 들어서며 내 앞에 앉았다. 다섯 번째 '친구 데이트'였다.

"누가 봐도 연인 같다고 하던데," 태연이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말했다. 창밖으로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내 마음처럼 흐릿하게 번져갔다. "나 오늘 실은 고백할 게 있어."

심장이 요동쳤다. 3년간 여사친으로 지내오며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갑자기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혹시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입술이 바짝 말랐다.

"나... 사실 오늘 석준이랑 첫 데이트야.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

커피가 갑자기 쓰게 변했다. 석준. 우리 동아리 후배. 얼마 전부터 태연에게 관심을 보이던 녀석이었다. 그녀가 계속 말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조언해줄래?", "어떤 옷이 좋을까?", "너무 긴장돼" 같은 파편적인 단어들만 남았다.

"그래서... 내가 불편하지 않게 너도 데이트 상대를 구해왔어!" 태연이 활짝 웃었다. "내 친구 유진이. 너랑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빗소리가 갑자기 요란해졌다. 이중 데이트. 내가 태연에게 고백하려던 바로 그날에.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있잖아, 태연아..."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말해야 했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석준이 우산을 접고 들어왔다. 태연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곧이어 들어온 유진. 그녀는 놀랍도록 태연과 닮아 있었다.

"안녕," 유진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태연이한테 많이 들었어. 매번 '여사친'이랑 데이트한다고 우스갯소리 하길래."

우스갯소리. 그래, 우리는 그저 웃음거리였던 거지. 물 한 모금을 삼키고 강제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저녁, 의외로 유진과의 대화는 술술 풀렸다. 웃음도 많고, 취향도 비슷했다. 태연과 석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테이블로 옮겨갔고, 우리만의 시간이 흘렀다.

"재미있었어," 헤어질 때 유진이 말했다. "다음에 또 만나자."

집으로 걸어가는 길, 태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어땠어? 유진이 정말 좋은 애지?"

답장을 쓰다 멈췄다. 창가에 흐르는 빗방울처럼, 오래 참아온 고백은 결국 흘러내렸다.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것일지도. 원했던 데이트는 얻지 못했지만, 예상치 못한 데이트가 찾아왔다. 폰을 주머니에 넣고 빗속을 걸었다. 오늘부터 태연은 '여사친'이 아닌, 그냥 '친구'가 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