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여사친비밀

여사친의 비밀: 우리가 모르는 그 이야기

"모든 여사친에겐 한 가지씩 비밀이 있어. 네가 알고 있는 그녀는 아마 진짜가 아닐 거야."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가 내게 던진 말이었다. 그때는 그저 술자리의 농담으로 흘려들었다.

윤서는 내 오랜 여사친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우리는 대학에서도 같은 과에 진학했다. 그녀와 나 사이엔 연애감정 같은 건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랬다. 목요일마다 열리는 영화 동아리에서, 윤서는 항상 내 옆자리를 차지했고, 우리는 영화가 끝난 후 늦은 밤까지 커피숍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그날도 평소와 같았다. 동아리방의 빛바랜 스크린에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가 상영되고 있었다. 모두가 극 중 트루먼의 삶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이야기할 때, 윤서만은 조용했다. 그녀의 눈에서 나는 평소와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다. 마치 오랜 시간 숨겨온 감정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 같았다.

"가끔은 내가 트루먼 같아." 커피숍에 앉아 윤서가 말했다. "모두가 내 진짜 모습을 모르는 것 같달까." 그녀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농담으로 받아쳤다. "뭐, 네가 5년 동안 비밀리에 연기학원 다니면서 배우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윤서는 웃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노트북을 열어 한 폴더를 보여주었다. '진우에게'라는 제목의 폴더였다. 내 이름이었다. 그 안에는 수십 개의 문서 파일이 있었고, 모든 파일명은 날짜였다. 가장 오래된 것은 3년 전 날짜였다.

"이게 뭐야?" 내가 물었다. 윤서는 떨리는 손으로 첫 번째 파일을 열었다. 그것은 일기였다. 나에 관한 일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한 말들, 심지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찍힌 사진들까지. 파일을 넘길수록 그녀의 감정은 더 깊어졌고, 마지막 파일에는 '고백' 계획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미안해... 너무 이상해 보이지?" 윤서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냥 우정으로 지내자는 말만 하지 말아줘. 그 말이 제일 듣기 싫어."

나는 말을 잃었다. 여사친으로만 생각했던 그녀가 3년 동안 나를 사랑해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새롭게 해석되기 시작했다. 영화 속 트루먼처럼, 내가 알던 현실은 사실 누군가의 시나리오 속에 있었던 것일까?

"진우야, 뭐라도 말해줘." 윤서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커피숍 창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흔들렸다. 나는 윤서의 비밀이 드러난 이 순간부터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달라질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 변화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되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숨겨왔던 내 마음의 비밀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그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