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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사진

여사친의 사진

나는 그녀의 사진을 모은다. 여자사람친구의 모든 순간을, 그녀의 허락 없이. 내 핸드폰 속 숨겨진 앨범에는 이미 528장의 사진이 있다. 그중 단 한 장도 그녀는 모른다.

어제도 그녀는 내 앞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웃었다. 창가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SNS를 하는 척하며 그 순간을 담았다. 카메라 셔터 소리는 카페의 잔잔한 재즈 음악에 묻혔다.

"너 요즘 뭐 그렇게 자주 휴대폰 봐? 여자 생겼어?"

그녀가 물었을 때, 나는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 아니, 나에게는 늘 너뿐이야. 8년째 친구로만 남아있는 너뿐이야. 그 말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가슴 속으로 가라앉았다.

우리의 대학교 1학년 봄부터 지금까지, 난 그녀의 모든 변화를 기록했다.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던 날, 첫 면접 전 긴장된 표정, 이별 후 붉어진 눈가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내 폰 속에 있다. 그녀의 미소가 환하게 빛나는 날도, 그 미소 뒤에 슬픔이 감춰진 날도.

처음에는 단순한 추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집착이 되었다. 그녀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을 밤마다 넘겨보는 것이 의식처럼 되었다. 내가 참석하지 못한 그녀의 생일 파티, 그녀가 SNS에 올린 여행 사진들, 심지어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까지 저장했다.

오늘 그녀가 내 폰을 빌려 달라고 했을 때,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내 폰 배터리가 없어서... 잠깐만 빌려줄래? 엄마한테 전화 좀 하게."

떨리는 손으로 폰을 건넸다. 잠금 화면을 열자마자 숨겨진 앨범에 접근할까 봐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전화를 끝내고 폰을 돌려주었다. "고마워. 근데 이상하다? 너 갤러리에 사진 하나도 없어? 요즘 애들치고 사진 안 찍는 애 처음 봤다."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삭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그 사진들을 보기로. 그런데 528번째 사진을 보며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 사진 속에서 그녀는... 내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에는 내가 몰래 찍은 그녀의 사진들이 펼쳐져 있었다.

텍스트 메시지 알림이 떴다. 발신자는 '여사친'.

"그 사진들, 언제부터 모은 거야? 사실 나도... 너의 사진을 몰래 모으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