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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생존

여사친과의 생존 게임

"오늘 밤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어." 민지의 목소리는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처럼 차갑고 거칠었다. 대학 4년 내내 여사친으로만 지냈던 그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폐건물 옥상, 우리 둘만 남겨진 이곳에서 도시의 불빛이 마치 별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민지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졸업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그녀가 갑자기 "중요한 얘기가 있다"며 이곳으로 불러냈을 때, 나는 혹시 고백이라도 받는 건가 싶었다.

"무슨 소리야, 장난치지 마." 웃음으로 넘기려 했지만,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은 권총이 달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장난 아니야, 우진아. 네가 모르는 세계가 있어." 그녀는 한 걸음 다가왔다. "우리 가족은 대대로 '생존자 클럽'이라는 비밀 조직에 소속되어 있어. 매 세대마다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을 선택해 친구가 되고, 그 친구가 진정한 생존 본능을 보여주면 우리는 떠나고,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옷이 젖어들었지만 추위보다 공포가 더 크게 다가왔다.

"네가 내 실험 대상이었어. 4년 동안." 민지의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근데 문제가 생겼어. 난 널 사랑하게 됐거든."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게 보였다. "규칙은 간단해. 널 죽이거나, 내가 죽거나. 아니면... 네가 날 죽이거나."

총을 내게 건넸다. 무게감이 생소했다. 빗물에 미끄러웠다.

"선택해, 우진아. 네 생존 본능을 보여줘."

4년간의 추억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험 기간 밤샘 공부, 함께 본 영화들, 술에 취해 부르던 노래들. 모든 것이 연기였을까?

천천히 총을 들어올렸다. 민지는 눈을 감았다.

방아쇠를 당겼다. '딸깍'—소리만 났다.

민지가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장전되지 않았어?"

내가 웃으며 총을 던졌다. "네가 그런 사람일 리 없다고 생각했어.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었거든. 네 말대로라면, 내 생존 본능은 '믿음'이야."

민지의 얼굴에서 갑자기 긴장이 풀렸다. "합격이야, 우진아."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진짜 테스트는 네가 날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였어. 널 진짜 조직원으로 영입하려고."

빗소리가 잦아들었다. 민지가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생존 게임의 시작이야. 준비됐어?"

여사친의 손을 꽉 잡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생존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혼자가 아닌,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