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과 아내: 두 세계 사이의 경계선
밤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처럼 그녀의 얼굴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여사친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미안해, 서진아. 그냥 말할 수 없었어. 너와 하은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연의 목소리는 차가운 11월의 공기 속에서 떨리고 있었다.
커피숍 앞 벤치에 앉아 나는 지연의 손을 잡으려다 멈췄다. 10년 지기 여사친의 고백은 내 결혼생활 3년 차에 찾아온 폭풍우였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가을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며 불편함을 토해냈다.
"집에 들어가야 해. 하은이 기다릴 거야." 무거운 침묵을 깨며 나는 일어섰다. 지연의 향수 냄새가 바람에 실려 내 코끝을 스쳤다. 그 향기는 대학 시절부터 익숙했던, 우리의 추억이 담긴 냄새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하은의 웃음소리가 부엌에서 흘러나왔다. 내 아내는 전화로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 조용히 앉아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지연아. 고마워. 서진이 너무 예민해지면 연락할게." 하은의 목소리에 나는 몸을 굳혔다.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 남편 알잖아. 곧 괜찮아질 거야."
하은은 전화를 끊고 거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눈이 커지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 왔어? 깜짝이야."
"방금." 내 목소리는 이상하게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지연이랑 통화했어?"
하은은 내 옆에 앉으며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응, 너 요즘 회사일로 스트레스 받는다고 걱정하더라고. 너희 둘은 정말 오래된 친구니까... 지연이가 항상 너 걱정해."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지연이 나에게 사랑을 고백한 직후, 내 아내와 그녀가 통화하고 있었다니. 더 이상한 것은 하은이 전혀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밥 먹을래? 네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였어." 하은이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오늘 지연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식탁에 앉아 하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여사친과 아내 사이에서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쩌면 두 여자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밤, 하은이 잠든 후 스마트폰 화면을 열었다. 지연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오늘 일은 잊어줘. 너와 하은이가 행복했으면 해. 난 항상 너희의 여사친으로 남을게."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읽지 않은 하은의 메시지가 있었다. "고마워, 지연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우리 모두 함께 걸어가자."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달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운 아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때로는 우리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심연을 품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심연 속에서 여사친과 아내라는 두 단어가 만들어내는 의미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