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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영상

영상 속의 여사친: 우리가 지우지 못한 기록

하준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그 영상을 지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삭제 버튼 위에서 망설였다. 그 영상 속에는 더 이상 그의 곁에 없는 여사친 서연이 웃고 있었다.

"야, 하준아! 그거 찍지 마." 서연의 목소리가 영상 속에서 터져 나왔다. 커피숍 테이블 위에 놓인 카라멜 마끼아또와 초콜릿 케이크.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수증기에 살짝 젖어 있었고, 안경 너머로 빛나는 눈동자는 늘 그랬듯 장난기로 가득했다. "진짜 그만해, 이거 SNS에 올리면 진짜 절교!"

하준은 화면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두 달 전, 서연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단톡방에서 나가고, SNS 계정도 사라졌다. 대학교 4년 내내 함께했던 여사친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공통 친구들조차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멍청아, 네가 그런 감정 가지고 있는 거 다 티 난다고." 영상 속 서연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하준은 당시 무슨 대답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장난스럽게 받아넘겼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영상은 계속 재생되었다. 서연이 케이크를 먹다가 입가에 크림이 묻자, 하준이 나레이션처럼 "여기 계신 서연 님은 항상 이렇게 지저분하게 드십니다"라고 말하는 소리. 그리고 서연이 냅킨을 던지며 웃는 장면.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향해 눈을 크게 뜨고 브이를 그리는 그녀의 얼굴.

하준은 마지막 장면에서 영상을 다시 멈추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서연의 눈가에 맺힌 작은 물방울. 웃음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그것은 행복한 순간 속에 숨겨진 슬픔이었을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서랍을 열었다. 지난 생일에 서연이 준 손수 만든 카드가 있었다. "하준아, 너는 내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야. 무슨 일이 있어도 영원히."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뭔가 더 쓰여 있었지만, 지워진 듯 희미했다.

갑자기 울린 메시지 알림. 낯선 번호였다.

"하준아, 나 서연이야. 그 영상... 아직도 가지고 있니? 우리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자."

하준의 손가락이 떨렸다. 영상 속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감정들이 메시지 한 줄에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때로는 영상에 담긴 것보다 담기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여사친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무수한 감정들을, 그들은 함께 지운 줄 알았지만 사실은 누구도 지우지 못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