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의 오컬트 노트: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
민지가 내 책상 위에 검은 가죽 노트를 툭 던졌을 때, 난 그것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거, 너 주려고 가져왔어. 넌 항상 이런 거 좋아했잖아." 그녀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대학 입학 후 같은 과에서 만난 여사친 민지는 항상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오컬트나 초자연적인 것을 믿는 내가 종종 놀림거리가 되곤 했었다. 그런 그녀가 오컬트 관련 노트를 가져온 것 자체가 이상했다.
"이거... 뭐야?" 내가 노트를 펼치자 알 수 없는 기호들과 그림, 그리고 민지의 깨알 같은 필체로 채워진 페이지들이 나타났다. 노트에는 우리 학교 곳곳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시작됐어." 민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이 보여. 처음엔 환각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창밖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우리 학교 도서관 구석에 항상 서 있는 검은 형체, 강당 무대 위에서 춤추는 하얀 실루엣들... 그냥 무시하려고 했어."
민지의 노트에는 시간과 장소, 목격한 현상들이 너무나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에는 붉은 펜으로 크게 동그라미 쳐진 날짜가 있었다. 오늘 날짜였다.
"오늘 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 내가 물었다.
"아니, 이미 일어났어." 민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늘 아침, 거울 속 내 모습이 내게 말을 걸었어. '네가 보는 것들은 모두 실재해. 너희 세계에 침투하고 있어.' 이렇게."
갑자기 교실의 형광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이상하게 왜곡됐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았다. 교실 뒤편 구석에 서 있는, 민지가 노트에 묘사한 것과 똑같은 검은 형체를. 그것은 서서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쳐야 해!" 민지가 소리쳤다.
우리는 복도로 뛰쳐나갔지만, 더 많은 형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평소처럼 지나다니며 웃고 떠들었지만, 그들 사이로 검은 형체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아무도 그것들을 보지 못했다. 민지와 나만 제외하고.
우리는 학교 옥상으로 달려갔다. 문을 잠그고 숨을 고르는데, 민지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게, 그러다 점점 크게.
"여기까지야, 지금은 둘 뿐이지만 곧 모두가 볼 수 있게 될 거야. 그들이 원하는 건 관찰자니까." 그녀가 말했다.
민지의 눈동자가 서서히 검게 변하는 것을 나는 공포에 질려 지켜보았다. 그녀가 내게 노트를 건넨 진짜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다. 새로운 목격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나와 함께 그들의 세계로 건너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방 속 민지의 노트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먼저 들었다. 노트를 꺼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아직 쓰이지 않은 빈 페이지에 내 손으로 글씨가 써지기 시작했다. "다음 목격자의 이름을 적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