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여사친요리

여사친의 요리, 그 맛과 진심

처음으로 민지가 해준 김치찌개는 맛이 없었다. 그녀가 내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그릇에서는 김치 특유의 붉은 국물이 아닌, 희미한 분홍빛이 올라왔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을 때, 민지의 눈빛은 기대와 불안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었다.

"어때? 내가 처음 해본 거라..."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이 정체불명의 맛. 내가 알던 김치찌개의 맛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것이 우리 관계의 시작점이 될 줄은.

민지와 나는 대학 동기였다. 같은 학과, 같은 조모임, 같은 취미. 우리는 여사친과 남사친이라는 편안한 관계 속에서 4년을 지냈다. 그녀가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건 졸업을 앞둔 겨울이었다. "요리는 관계의 언어야"라고 그녀가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두 번째로 그녀가 해준 김치찌개는 조금 달랐다. 적당한 붉기와 끓는 소리, 김치의 익은 향. 먹을 만했다. 세 번째는 더 나아졌다. 그렇게 그녀의 요리는 매번 조금씩 발전했고, 어느덧 우리의 만남은 그녀의 요리를 맛보는 약속이 되었다.

"오늘은 된장찌개야. 엄마한테 배웠어."

"다음 주엔 갈비찜 도전해볼까 해."

"생일에는 특별히 스테이크 해줄게."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그녀의 요리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내가 더 놀란 것은 그녀의 요리를 통해 전해지는 마음이었다. 바쁜 날에는 간단한 국수, 우울해 보이는 날에는 따뜻한 수프, 시험 끝난 날에는 육즙 가득한 고기. 그녀는 요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취직을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나기 전날, 마지막 식사를 함께했다. 테이블 위에는 처음 그녀가 만들었던 김치찌개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완벽했다. 적당한 매운맛, 깊은 감칠맛, 부드러운 두부와 쫄깃한 돼지고기.

"첫 번째 김치찌개 기억나?" 그녀가 물었다.

"응. 맛없었지." 우리는 함께 웃었다.

"사실... 그때 고백하려고 했었어. 맛있게 해서 감동시키고..."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근데 망했잖아."

숟가락이 내 손에서 멈췄다. 여사친이라는 편안한 레이블 아래 가려져 있던 진실이 김치찌개의 붉은 빛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계속 요리를 배웠어. 언젠가 완벽한 김치찌개를 만들어서 다시 고백하려고..." 그녀는 쑥스럽게 웃었다.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여사친의 요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음을, 그것은 그녀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었음을. 다음날 아침, 그녀를 기차역에 배웅하며 나는 작은 종이봉투를 건넸다. 안에는 내가 처음으로 만든 김치찌개 레시피가 있었다. 맛있을 리 없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요리는 관계의 언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