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의 운동 비밀
그녀의 웃음소리가 체육관 벽을 타고 울려 퍼졌을 때, 나는 내가 15년간 알고 지낸 사람을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초등학교 짝꿍이었던 시절부터 대학교 동기로 지내온 지금까지, 민지는 항상 '그냥 친구'였다. 여자사람친구. 여사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너 이런 데 올 줄은 몰랐는데."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는 민지에게 말했다. 땀에 젖은 이마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반쯤 가렸지만, 그 너머로 빛나는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생기 있어 보였다.
"난 3년째 여기 다니는데?" 그녀가 물병을 들어 목을 축이며 대답했다. "넌 내가 그냥 책만 읽는 줄 알았지?"
민지의 말은 맞았다. 나는 그녀를 문학 동아리에서 만난 조용한 친구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책과 커피, 가끔 영화관에서 마주치는 편안한 존재.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단단한 근육과 자신감으로 가득 찬,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민지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1년 전부터 파워리프팅 대회 준비 중이야. 다음 달에 첫 출전이거든." 그녀가 말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우리는 체육관 카페에 앉았다. 민지는 자신의 운동 일지를 보여주었다. 꼼꼼하게 기록된 숫자와 그래프들. 그녀가 이토록 체계적인 사람인 줄 몰랐다. 문학 토론에서 보여주던 섬세함이 다른 형태로 발현된 모습이었다.
"왜 갑자기 운동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민지는 잠시 침묵했다. "작년에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근감소증 때문에 마지막엔 걷지도 못하셨어." 그녀의 눈이 잠시 흐려졌다. "그때 결심했어. 내 몸은 내가 지키자고. 그런데..."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다 보니까 재밌는 거야. 내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 책에서만 느끼던 카타르시스를 몸으로도 느끼게 됐어."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15년 동안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나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매일 보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여사친이란 단어로 그녀를 정의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다음 날, 나는 처음으로 민지에게 먼저 연락했다. "다음 달 대회 때 응원가도 준비할까? 너 연습할 때 옆에서 북 두드려줄 사람 필요하지 않아?"
민지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너도 한번 해볼래? 처음엔 다 힘들어. 그래도 시작하면, 네 안에 있던 또 다른 너를 만날지도 몰라."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채로운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여사친'이라는 편리한 레이블 뒤에 가려진 온전한 한 사람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나 자신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