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의 끝: 여사친의 오래된 약속
그녀가 내 책상 위에 자기계발서를 던졌을 때, 나는 그것이 우리 관계의 마지막 페이지가 될 줄 몰랐다. "네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야." 여사친 민지의 말투는 평소와 같았지만, 눈빛은 달랐다. 10년 지기 여사친이 건넨 책 표지에는 '당신의 삶을 완성하는 30일'이라는 제목이 선명했다.
민지와 나는 대학 신입생 때부터 붙어 다녔다. 연애 상담, 취업 고민, 가족 문제까지 -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대화 상대였다. 연애에 번번이 실패하는 나를 위로하던 그녀, 자기계발에 미쳐 살던 나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그녀. 우리 관계는 그렇게 단단했다.
"이번엔 진짜 읽어. 약속해." 민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 내가 자기계발서를 사 모으기만 하고 끝까지 읽지 않는다며 놀리던 그녀였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진짜로."
책을 펼치자 첫 페이지에 민지의 필체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챕터 5까지 읽으면 연락해줘.' 호기심에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책은 의외로 몰입감 있었고, 밤을 새워 챕터 5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민지가 끼워둔 편지를 발견했다.
"지금쯤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네가 드디어 약속을 지켰다는 뜻이겠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 네가 내게 '언젠가 같이 카페를 차리자'고 했어. 10년이 지났는데, 너는 여전히 '언젠가'만 말하고 있어. 자기계발서는 수십 권 사지만, 실천은 한 번도 하지 않았지. 난 더 이상 네 '언젠가'를 기다릴 수 없어. 다음 주에 캐나다로 떠나. 이민 준비는 1년 전부터 했어. 너에게 말하지 않은 건, 또 네가 '같이 가자'고 말할까 봐 두려웠거든. 네가 진짜 변하길 원한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줘. 그리고 10년 전 우리의 약속을 기억해줘."
편지를 내려놓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민지였다. "챕터 5까지 읽었어?"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긴장감이 흘렀다. "응, 방금 편지 읽었어."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
"나... 정말 바뀔 수 있을까?"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야." 민지가 말했다. "근데... 내 비행기는 다음 주 금요일이야."
전화를 끊고 나는 책장을 넘겼다. 챕터 6의 제목은 '실행이 없는 계획은 그저 꿈일 뿐이다'였다. 창밖으로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오늘부터 남은 25일, 내 자기계발의 끝에는 어쩌면 10년 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가장 소중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