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여사친재밌는

여사친의 재밌는 오해

"다들 우리가 사귄다고 생각해." 효정이 이 말을 던졌을 때, 나는 커피를 마시다 사레가 들렸다. 우리가 앉아있던 대학 카페테리아의 소음이 갑자기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효정은 내 고등학교 때부터의 여사친이었다. 3년 동안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함께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시험 기간엔 밤을 새우며 공부했다. 그녀가 웃을 때면 왼쪽 볼에 작게 패이는 보조개가 있었고, 긴장할 때면 볼펜을 톡톡 두드리는 습관이 있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까지 내가 알고 있다는 게 갑자기 이상하게 느껴졌다.

"네가 커피 먹을래? 하면 내가 무조건 사 주니까. 우리 과 애들이 그렇게 생각하나 봐." 효정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손가락이 커피잔 테두리를 따라 원을 그렸다.

"말도 안 돼. 우린 그냥... 친구잖아." 내 목소리가 왜 이렇게 어색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제 수민이가 '너희 둘 언제부터 사귀었어?'라고 묻더라고. 웃긴 건 다들 그렇게 알고 있대." 효정의 눈이 장난스럽게 반짝였다.

갑자기 우리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3년간 당연하게 여겼던 우정이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함께 봤던 영화들, 밤새 이어졌던 전화 통화들, 서로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던 일상이 새롭게 해석되었다.

"재밌지 않아?" 효정이 물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그런데..."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가끔은 나도 헷갈릴 때가 있어."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무슨... 말이야?"

"우리가 진짜 그냥 친구인지." 그녀의 말에 카페테리아의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효정이 폭소를 터뜨렸다. "야, 너 지금 얼굴 봐! 완전 당황했잖아. 재밌다, 진짜." 그녀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내 웃음소리가 공허하게 들렸다. 그 순간, 효정의 장난 속에 숨겨진 질문이 내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다시 일상적인 대화로 돌아갔다. 시험 걱정, 교수님 험담, 다음 주 MT 계획...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지만, 나는 그녀가 웃을 때마다 왼쪽 볼에 생기는 보조개를 더 의식하게 되었다.

헤어질 시간, 효정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냥 농담이었어, 바보야. 우리 그냥 친구지." 그녀는 웃으며 돌아섰지만, 그 웃음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그날 밤, 나는 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가끔은 재밌는 농담 속에 가장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여사친과의 3년이라는 시간이, 어쩌면 다른 무언가의 시작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