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직전: 여사친에게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그녀의 숨결이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여사친이라 부르던 그녀가 내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복잡한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출근 시간까지 정확히 38분 남았다.
"미나야."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새벽 빛이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에 붉은 빛을 더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알람 소리가 방 안을 휩쓸었다.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욕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낯설었다. 그것은 어제 밤 소주 다섯 병이 남긴 흔적일 수도, 마침내 여사친의 경계를 넘어선 후의 혼란일 수도 있었다. 면도 크림을 바르는 동안, 어젯밤의 기억이 파편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그녀의 울음소리, 나의 위로,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키스. 10년간의 우정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진 것이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그녀는 이제 일어났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수백 번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적당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출근 전 마주할 그녀의 표정을 상상하니 손에 땀이 배었다.
"준서야, 나 먼저 출근할게." 현관문 쪽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욕실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아파트 문이 닫히는 소리만 남았다. 테이블 위에는 접힌 메모지 하나. '미안해. 어젯밤 일은 없었던 걸로 해줘. 여전히 친구로 지내자.'
출근길, 평소 내가 즐겨 마시던 커피숍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우리가 일하는 회사는 같은 건물 다른 층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 잠시 굳었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뒤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문득 우리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대학 동아리 미팅에서 술에 취해 잠든 나를 깨워 집까지 데려다준 그녀. 그날부터 10년간 이어진 '그냥 친구' 관계.
엘리베이터 안, 그녀와 나만 남았다. 13층을 누르는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나는 15층 버튼을 눌렀다. 묵직한 침묵 속에서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준서야, 사실 어젯밤에..."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며 멈췄다. 비상등이 켜지고 우리는 어둠 속에 갇혔다. 우리의 숨소리만이 좁은 공간을 채웠다. 잠시 후 내 손을 찾아온 그녀의 손이 따뜻했다. 어쩌면 여사친과 출근길에 갇힌 이 순간이, 우리가 10년간 피해왔던 진실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